법정은 변호인들에겐 승부의 세계다. 변호인들은 법 논리와 증거라는 무기(武器)를 들고 재판부 앞에서 치열한 공격과 방어를 펼친다.

사건의 최종결론을 내리는 대법원 상고심 법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법원 판결에서 거둔 성적은 변호인들의 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로펌들은 대법원 사건에서 어떤 성적을 거뒀을까.

본지는 올 상반기 대법원 사건 1978건 조사를 통해 로펌들의 성적표를 내봤다.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고 원심 결론을 수성(守城)하거나, 원심을 깨고 승소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이끌어냈다면 승소한 것으로 간주했다.

승률 1위는 율촌…50건 이상 수임 로펌중엔 김&장 1위

9대 로펌의 승소율 조사 결과 전체 1위는 율촌으로 집계됐다. 총 46건을 수임한 율촌은 27건을 이겨, 승소율 58.7%를 기록했다. 율촌은 민사·행정·특허사건 35건 가운데선 23건에서 이겨 역시 승률 1위(65.7%)를 차지했다.

58건을 수임해서 27건을 이긴 김&장은 승소율이 46.6%로 전체랭킹은 2위였고, 50건 이상 수임한 4개 로펌(바른·김&장·태평양·화우) 가운데 맨 앞이었다.

수임사건 수 1위 바른은 66건 중 29건을 승소(43.9%)해 전체사건 승소율 랭킹은 3위였지만, 민사·행정·특허사건만 따지면 승소율이 2위(57.8%)였다.

대법원 사건에선 의뢰인들이 1·2심과 같은 변호인을 고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송의 '마지막 관문'이라는 점에서, 변호인을 바꾸는 일이 잦다. 그래서 불리한 결론을 유리하게 바꿔달라는 사건을 많이 맡은 로펌일수록 전체 승소율 계산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다. 때문에 승소율로 로펌의 실력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기엔 어려운 측면도 있다.

파기환송률은 율촌·충정·지평지성 강세

승소율이 로펌의 공수(攻守) 능력을 총괄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지표라면, 파기환송률은 공격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승소율 계산에는 원심에서 승소한 사건을 대법원에서 '굳히기'한 경우 등 애초에 이길 가능성이 컸던 사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지만, 파기환송은 원심을 뒤집는 '역전승'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기환송률은 율촌과 충정, 지평지성이 강세를 보였다. 지평지성은 13건 가운데 4건에서 승소취지 파기환송을 받아내 30.8%를 기록했고, 율촌은 46건 가운데 14건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 30.4%, 충정은 28건 가운데 8건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 28.6%였다.

승소율 1위 율촌은 민사·행정·특허분야에서도 파기환송률 40.0%로 1위였다. 충정은 특히 형사사건 14건 중 4건(28.6%)에서 원심을 파기시켜 강한 면모를 보였다.

50건 이상을 수임한 로펌 가운데선 김&장이 파기환송률 24.1%로 선두였고, 다른 로펌들도 대부분 15% 넘는 파기환송률을 기록했다.

2009년 한해 대법원 사건의 분야별 파기환송률은 민사사건이 7.5%, 행정사건은 10.5%, 특허사건은 9.7%, 형사사건은 2.9%에 불과하다.

때문에 로펌들의 파기환송률이 15%를 넘는다는 것은 평균수치를 두배쯤 초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관 출신 소속변호사 등의 관록과 소송수행 능력면에서 축적된 맨파워를 지닌 대형로펌들이 대법원 재판에서 그만큼 활약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러나 "로펌이 사건을 늘 골라 맡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파기환송률의 좋고 나쁨이 반드시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