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경산, 손찬익 기자] 데뷔 첫 가을 무대를 앞두고 불의의 부상을 입은 오정복(24, 삼성 외야수). 그는 "이런 시련이 내게 올지 꿈에도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삼성에 입단한 오정복은 올 시즌 100경기에 출장, 타율 2할7푼1리(221타수 60안타) 7홈런 36타점 39득점으로 코칭스태프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내야 땅볼을 치고도 1루까지 전력 질주하고 타구를 잡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를 발휘하며 '근성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오정복은 지난 3일 세 번째 자체 평가전에서 2회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날린 뒤 3루까지 내달렸으나 오른쪽 발목이 뒤틀리는 부상을 당했다. "순간적으로 너무 아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제발 큰 부상이 아니기를 바라며 첫 발을 내딛었으나 발가락에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리고 권오경 수석 트레이너의 치료를 받으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눈물을 참으려고 했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렇게 가슴 아픈 일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정복은 홈경기가 끝난 뒤 경산 숙소에 도착하면 웨이트 트레이닝과 방망이를 휘두르며 가을 잔치를 준비했다. 지칠때면 가을 잔치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 여기며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다.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뜻하지 않은 부상을 입었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라는 표현이 딱이다. 그는 부상을 입은 뒤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발목을 다쳐 엔트리에 제외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식당을 운영하는 그의 부모님은 생업을 제쳐두고 다음날 아침 일찍 경산으로 달려왔다.
동료 선수들도 오정복의 부상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모 선수는 "정복이처럼 열심히 하는 선수가 잘 돼야 하는데 시리즈 직전에 부상을 입게 돼 너무 안타깝다"고 혀를 찼다. 또다른 선수는 "지금의 부상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정복이가 한국시리즈 히든 카드가 되길 바란다"고 독려했다. 다행히도 회복 속도는 빠르다. 현재 70~80% 정도 회복됐다는게 오정복의 설명. 그는 "생각보다 빨리 좋아지고 있다. 자기 전에 빨리 낫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러나 절대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다".
"반드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면 좋겠다. 내가 뛸 수 있는 작은 희망이라고 생길 수 있으니까". 그의 말에서 절박함을 엿볼 수 있었다. 오정복은 "단기전은 당일 컨디션에 따라 좌우된다고 들었다. 평소 실력의 60~70%만 발휘해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한 번 만큼은 꼭 잘 해서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동료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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