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Campbell)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7일 서울에서 김재신 차관보 등 외교당국자들과 만나, 남북 관계가 진전돼야 6자 회담 재개 등 미국의 대북 개입(engagement)정책이 시작될 수 있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캠벨 차관보는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약식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정세의 진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남북 관계의 진전"이라며 "남북 간에 대화와 접촉의 신호가 있을 것으로 믿고 있고 그런 과정이 계속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는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과의 어려운 관계를 리더십과 인내를 갖고 잘 관리해왔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7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김재신 외교부 차관보와 면담을 마친 뒤 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그는 북한과 미국의 접촉을 위한 전제 조건을 묻는 질문에 "무엇보다 남북의 접촉이 필요하다. 그리고 북한은 2005년의 비핵화 약속을 분명하게 이행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캠벨 차관보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6자 회담 재개의 조건이냐는 질문에는 답을 피하면서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정도를 확인해봐야 한다. 근본적인 것은 한국 정부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는 이날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 이후 북한의 3대 권력세습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한·미는 오는 12월 미국 워싱턴에서 두 나라의 외교·국방부 차관보급이 참석하는 '2+2' 회의를 열기로 했다.

앞서 6일 일본을 방문한 캠벨 차관보는 일본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 등을 거론하며 "한·미 관계는 다방면에서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언급했다. 캠벨 차관보가 일본에서 한·미 관계를 강조한 것은, 후텐마 미군기지 문제 등 불편해진 미·일 관계와 비교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는 "한국은 유능한 이 대통령이 이끌고 있기 때문에 남북 관계를 포함한 다른 문제에서도 그의 판단을 신뢰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