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광민 기자]"정의윤을 보면 마치 젊은 시절 호세 칸세코를 연상케 한다".

한때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전설 속 타자 중 한명인 켄 그리피 시니어(이하 켄 그리피)가 LG 트윈스 플로리다 마무리 훈련에 합류해 '파워히터' 정의윤(24)의 타격에 감탄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LG 인스트럭터를 맡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켄 그리피는 2주 가까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켄 그리피의 눈에 가장 쏙 든 주인공은 이제 갓 상무를 제대한 '거포 유망주' 정의윤이었다.

LG 한 관계자에 따르면 "켄 그리피 인스트럭터가 정의윤이 배팅볼을 치는 것을 보면 마치 호세 칸세코가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전성기 때 타격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켄 그리피가 말한 호세 칸세코는 지난 1986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소속으로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에 오르는 등 2002년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할 때까지 17년 동안 홈런 462개를 기록한 대표적인 강타자였다. 특히 1988년에는 42홈런, 40도루를 기록하며 MVP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은퇴 후 약물 사건에 연루되며 오점을 남겼다.

지난 2008시즌을 마치고 상무에 입대한 정의윤은 당당한 체구(185cm, 85kg)에 손목 힘까지 빼어나 폭발적인 타격을 자랑한다. 그러나 여전히 1군에서는 별다른 성적을 보여주지 못한 유망주 중 한 명이지만 그의 재능을 놓고 주변에서는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군 입대 전 정의윤은 4시즌(2005∼2008년) 동안 314경기에 출장 2할5푼1리의 타율에 207안타 17홈런 91타점 99득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상무에서 96경기에 출장 3할4푼6리의 타율에 122안타 14홈런 69타점 77득점 2루타도 25개나 날렸다.

그렇다면 정의윤의 어떤 점이 켄 그리피로 하여금 웃음을 짓게 한 것일까. 켄 그리피는 "일단 배트 스피드가 빠르다. 저 정도 타구는 메이저리그 탑 클레스다. 저렇게 강한 드라이브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좌투 좌타인 켄 그리피는 메이저리그 올스타 3차례(1976,1977,1980년), 월드시리즈 우승 2차례(1975,1976년), 올스타게임 MVP(1980년) 한차례 등을 수상했다. 특히 시애틀 시절에는 통산 630홈런을 기록한 아들 켄 그리피 주니어와 함께 메이저리그 최초 부자 백투백홈런을 친 뒤 그 해 유니폼을 벗었다.

그는 19시즌 통산 2097경기에 출장 2할9푼6리의 타율을 유지했고 2143안타 152홈런 859타점 1129득점 200도루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올해부터 신시내티 산하 싱글A인 데이튼 드래곤스에서 타격 코치직을 맡고 있다.

그러나 정의윤은 켄 그리피의 칭찬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빅5'(이진영, 이택근, 이대형, 박용택, '큰'이병규) 뿐 아니라 어느덧 주전급으로 성장한 '작뱅'이병규까지 있어 치열한 주전 경쟁을 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정의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지난 10월 상무 제대를 앞두고 휴가 때부터 구리에 합류해 일찌감치 몸 만들기와 분위기 적응을 마쳤다.

과연 정의윤이 내년 시즌 잠실구장에서 호세 칸세코를 연상케 하는 홈런포를 쏘아 올릴 수 있을까. 첫 번째 과제는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agass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