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승객 4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친 경남 밀양시 한 마을 앞의 관광버스 전복 사고는 예고된 대형사고였다. 사망자들은 모두 불법 개조된 버스 뒤쪽 자리에 탄 승객들이었다. 버스 뒷좌석은 승객들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을 수 있게 개조됐고, 안전벨트 사용은 불가능했다. 이 자리에 앉은 승객들은 브레이크 고장으로 내달리던 관광버스가 포터승합차를 들이받고 넘어지는 과정에서 온몸에 충격을 받고 목숨을 잃었다. 좌석 개조는 버스 운전기사 권모(57)씨가 했다. 권씨는 지입차량 운전사였던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

지입차는 형식적으로는 회사 소유지만 실제 소유주는 따로 있는 차량을 말한다. 현행법상 여객자동차 운송사업은 개인이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관광버스 운전자들은 보험료와 세금 등 일정액의 지입료를 운수업체나 관광버스회사에 내고 실제 영업은 독자적으로 하고 있다. 또 영세 운송회사들은 법규상 갖춰야 할 최소한의 차량 대수를 맞추기 위해 지입차량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현재 운행 중인 전세·관광버스는 모두 3만3000여대다. 업계에서는 이 중 90%가 넘는 3만대 이상이 지입차량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교통 전문가들은 대형 교통사고를 내고도 특별교정교육을 받지 않거나 1년 이상 대형차량 운전 경력이 없는 운전자 등 무자격자가 관광버스 기사의 10%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12월 16일 경북 경주시 현곡면 남사리 남사재 내리막길에서 18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한 사고를 낸 관광버스도 지입차량이었다. 당시 사고를 낸 운전자는 교통안전공단에서 시행한 운전정밀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통 전문가들은 개인버스처럼 운영되는 관광버스는 대형 사고발생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고 지적한다. 교통안전공단 조시영 녹색안전교육처장은 "회사에서 지입료를 받는 대가로 보험 등 행정적인 업무는 맡아서 처리하지만 정비나 차량 관리는 모두 차주인 지입차량 운전자가 떠안는 구조"라며 "하루벌이 영업에 매달려야 하는 지입차주들에게 제대로 된 차량 정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운전기사들이 지입료를 내고 버스를 구입할 때 빌린 할부금을 갚기 위해 쉬지 않고 운행하다 보면 자연히 사고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작년 4월 23일 서울 수유동에서 12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도 당시 관광버스 운전기사는 브레이크 이상을 감지하고도 무리하게 운행하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지입 관광버스를 5년째 운행하고 있는 김모(48)씨는 "지입료 내고 차 할부금 막기 바빠 어지간한 잔고장은 그냥 넘어간다"고 했다. 타이어나 제동장치에 이상이 생겨도 정비 공장에 들어가면 일감을 놓치게 되기 때문에 아찔한 순간이 있더라도 지나친다는 것이다.

예정된 시각에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다른 차량이 끼어들지 못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관광버스들끼리 차간 거리를 바짝 좁혀 떼지어 운행하는 경우도 많다. 안전거리와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대형 연쇄 추돌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승객을 한 명이라도 더 태워 요금 수입을 올리기 위해 좌석 앞뒤 간격을 바싹 좁히는 개조 작업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관광버스 기사들은 "승객들이 흔들리는 차 안에서 일어나 노래하고 춤추도록 천장에 손잡이를 설치하고 차량 안이 보이지 않도록 짙은 선팅을 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입을 모은다. 차 안에서 술 마시고 도박판을 벌이려는 관광객들을 끌기 위해 뒷좌석을 여럿이 둘러앉을 수 있는 소파 형식으로 개조하기도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매년 2차례 정도 지자체와 합동 점검을 벌이고 있지만 단속 인원이 부족한 데다 지입행위가 은밀하게 이면계약으로 이뤄져 적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통 전문가들은 "일선 현장에서 단속에 코웃음 치는 이유는 정부가 인력 부족을 내세워 적극적인 단속을 벌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교통 전문가들은 '안전 불감증' 속에 방치된 지입 관광버스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더욱 강력한 단속을 벌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내부 구조를 개조해 운행하는 버스에 대해 휴게소 등지에서 지속적인 단속 활동을 벌이고 시정조치까지 확인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차 안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행위에 대한 단속도 행락철뿐만 아니라 연중무휴로 확대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