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경이 기자] 2008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개봉한 데이트 무비로는 전혀 걸맞지 않는 19금 스릴러 영화 ‘추격자’. 당시 이 영화는 신예 나홍진 감독에 하정우와 김윤석이 의기투합해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 ‘추격자’ 팀이 다시 의기투합한 영화 ‘황해’가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 2년만에 관객들 앞에 첫 선을 보였다. ‘황해’는 ‘추격자’ 제작비 50억원의 3배에 이르는 140억원에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형 대작 영화이다. 이에 400만 관객을 넘어서야 손익분기점을 넘게 된다. 이후 2년만에 다시 뭉친 이들이 ‘추격자’의 아성을 뛰어넘는 흥행 결과를 낳을지 에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영화 ‘황해’는 개봉 초반 극장가의 분위기를 100% 이상 잡은 상황이다. 12월 22일 개봉해 개봉 첫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다른 로맨틱 코미디나 휴먼 코미디 장르를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008년 2월 12일 개봉한 ‘추격자’가 개봉 8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면, ‘황해’는 개봉 5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파죽지세의 흥행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다. 또한 12월은 직장인들의 겨울 휴가와 대학생들의 겨울방학이 있는 성수기로 19금 ‘황해’에 성인 관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황해’가 ‘추격자’의 아성을 넘을 수 있다고 무게를 싣는 분위기는 전작보다 더 완성도 높은 영화의 전개가 입소문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추격자’가 사이코패스와 그를 잡으려는 전직 형사이자 보도방 사장의 추격전을 그린 단선적인 스토리라인이었다면 ‘황해’는 연변의 택시운전사와 그에게 청부살인을 맡긴 브로커의 큰 틀을 시작으로 조선족에 대한 연민과 인간애가 없는 세상의 비정함, 불륜을 넘어선 사랑에 대한 집착, 한국사회의 현실 등을 차갑고 깊이 있게 조명하며 관객들을 쉴 새 없이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영화 ‘황해’를 본 많은 이들은 다시 영화의 이야기를 곱씹기도 하고 영화 곳곳에 나홍진 감독이 심어둔 상징들을 풀어보려는 마니아들도 생겨나며 각 포털사이트에는 ‘황해앓이’를 하는 이들도 폭발적으로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스토리라인 외에 전작보다 더 많은 물량공세로 스크린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어 관객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며 많은 볼거리를 선사한다. 연변에서의 개시장과 마작, 고속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스피디한 자동차 추격신과 폭파신, 도끼를 들고 날고뛰는 이들의 날 것 같은 액션 연기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물론 이 ‘황해’의 흥행을 비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가장 꼽는 첫 번째는 잔혹한 장면들. 차마 눈뜨고는 보지 못할 정도의 도끼질과 소뼈를 이용해 사람의 머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리치는 생존을 위한 짐승과 같은 몸부림이 관객들의 눈을 감게 한다. 누군가에게 이 영화를 추천할 때 잔혹함에 대한 부연설명도 따르게 마련이다. 여기에 러닝타임(2시간36분)이 다소 길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이렇게 긴 러닝타임은 극장에서 좀더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12월 마지막 극장가의 주도권은 ‘황해’가 잡고 있는 것이 분명하고 다수의 영화관계자들은 ‘황해’가 손익분기점을 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심장이 뛴다’ ‘라스트 갓파더’ ‘조선명탐정’ 등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황해’가 ‘추격자’의 흥행까지 넘어서는데는 갈 길이 멀다며 초조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황해’ 관계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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