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의 에코그라드 호텔(Ecograd Hotel)은 신도심인 조례동에 자리 잡았다. 낮 시간대 17층 스카이라운지(레스토랑·일반 건물의 22층 높이)에 오르면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순천만까지 시계(視界)에 잡힌다. 땅거미가 내려 앉은 시전역의 야경을 조망하는 것은 물론이다. 야간에는 건물 외벽에 조명을 비추기 때문에 순천 도심의 야간 경관 개선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12월 15일 문을 연 이 호텔은 단숨에 순천의 랜드마크가 됐다. 아파트를 제외하곤 가장 높다. 이 호텔은 지하 3층·지상 18층(93m)으로 105개 객실을 갖추었다.
호텔 경영기획부 김은한 차장은 "현재 평일 기준 객실 점유율은 70~80%에 달한다"며 "목표했던 투숙객 수치는 거뜬히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숙객의 90%이상은 외지인이다. 이 중 절반은 경남과 광주, 전남의 다른 시·군 관광객이다. 나머지는 여수산단과 율촌산단, 광양산단 등의 기업을 방문한 외국인 바이어들이다. 일본과 미국·이탈리아 등 국적도 다양하다.
홍보판촉부 원용연 대리는 "겨울 눈이 내리지 않는 여수·광양·순천·구례 등지 골프장은 40여곳(퍼플릭 포함)으로 많기 때문에 겨울철 골프를 즐기려는 경남지역 관광객들이 호텔을 많이 찾고 있다"며 "또 기업 관계자들이 VIP 손님을 접대할 때는 어김없이 우리 호텔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호텔에는 1200명 동시 수용 연회장과 500명 동시 참석이 가능한 회의장(컨벤션센터)도 있다. 때문에 학회 세미나와 신년회, 신제품 발표회, 굵직한 지자체 행사 등을 치르고 있다. 내달 1일부터는 사우나 시설과 체력단련센터·수영장·실내 골프연습장도 가동한다.
"지역은 특급호텔에 목말라 있었다. 예전에는 시와 유관단체가 대형 행사를 유치하고 싶어도 장소가 없어서 포기했다.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시설 면에서 수도권 특급 호텔과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김은한 차장)
이 호텔은 '2012 여수엑스포'와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겨냥해 경영 목표를 세웠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우선 2월 말까지 호텔 오픈 기념 할인행사(30~60%)를 진행한다. 150여명 직원들을 대상으로 외국어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오는 3월쯤에는 전남도 관광협회에 특1급 인가 신청을 정식으로 낼 계획이다. 특1급 허가까지는 대개 오픈 이후 3~4개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현재 광주·전남 특1급 호텔은 광주 라마다 호텔과 목포 현대호텔 2곳밖에 없다. 최근 문을 연 광주 홀리데이인 호텔은 특1급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에코그라드 호텔의 순항은 전남 동부지역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 대기업마저도 3개 도시 인구를 합해 70만명에 불과하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등으로 호텔 투자를 머뭇거리던 상황에서 일군 성과이기 때문이다. 에코그라드 호텔의 성패가 지역 호텔 시장을 예측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이래서 나온다.
현재 전남 동부지역에선 여수엑스포 등 대형 국제 행사를 앞두고 건설되는 고급 호텔이 봇물을 이룬다. 대부분 에코그라드 호텔 만큼의 규모와 시설을 갖춘 고급호텔들이다.
엑스포가 열리는 여수에 건설 중인 호텔은 5곳. 박람회장이 들어서는 신항 3부두에는 대명리조트가 '앰블호텔'을 만들고 있다. 699억원을 들여 지상 25층(282실) 규모로 2012년 2월 완공이 목표. 일상해양산업은 소호동 디오션리조트 건물 뒤편에 지하 2층·지상 17층 호텔(141실)을 연말까지 세운다. 수정동 지산유원지에는 10층(186실) 호텔이 2012년 3월 완공을 목표로, 신월동 신월지구에는 지하2층·지상10층 규모의 '연도관광호텔'이 올 12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소라면 죽림리 안심산 유원지에도 6층(70실) 호텔이 뼈대를 갖추고 있다.
여수시는 "꼭 엑스포와 정원박람회가 아니여도 산단의 기업 관계자와 국내외 관광객 수요를 감안하면 지역의 호텔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며 "여수에만 18홀 규모의 골프장이 3~4곳 더 들어서는 점도 고무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광양에도 29층짜리 특급 호텔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광양항 동측배후단지 1만2750㎡ 부지에 연면적 3만5368㎡, 지하 1층·지상 29층 규모로 세운다. 사업비는 1069억원, 304실의 객실을 갖춘다. 시는 "2012년 5월 여수엑스포 개막 전 완성을 목표로 한 특급 호텔"이라며 "수영장, 스파·온천장, 연회장,비즈니스센터, 체력단련장, 레스토랑 등의 편의시설을 갖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