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의 투구폼. 아무나 흉내내면 안 된다.
일본 최고 마무리로 등극한 야쿠르트 임창용의 투구폼에 대해 삼성 권오준이 재미있는 의견을 제시했다. 권오준 역시 임창용과 같은 사이드암 스타일이다.
27일 오키나와 아카마구장. 오후 시간에 훈련을 마친 정현욱 권오준 오승환 박민규 등이 투구폼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임창용이 언급됐다. 역동적이면서도 독특한 임창용의 투구폼이 화제가 된 것이다.
▶임창용 폼이 어떻길래
박민규는 "(임창용 선배가) 두 팔을 머리 뒤로 넘기는 동작이 멋있다"고 했다. 정현욱은 "99년의 창용이형은 왼쪽 손에 낀 글러브가 거의 땅에 닿을 정도였다. 지금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임창용의 독특한 투구폼을 정의한다면?"이라고 권오준에게 질문했다. 권오준은 곧바로 "결코 아무나 따라해선 안되는 폼"이라고 답했다. 일본에서도 최고 레벨로 인정받고 있는 임창용인데 그의 피칭 동작이 일반적인 투수들에겐 권장할 수 없는 것이라고?
권오준의 설명이 이어졌다. "창용이형은 (백스윙때) 오른쪽 팔을 접어서 밑으로 가져간다. 나는 팔을 뒤로 당겼을 때 위로 올라가있다. 창용이형 같은 동작으로 씽씽 공을 던지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 자세히 묘사해보자. 임창용은 오른쪽 팔을 접어서 밑을 향한 채 뒤로 이동시킨다. 손목이 팔꿈치 보다 밑에 있다. 그후 팔을 앞으도 뻗으면서 공을 뿌린다. 권오준을 비롯한 대부분의 잠수함투수는 손목이 팔꿈치 위에 있다.
권오준이 원을 그리듯 팔동작을 하는데 반해 임창용은 활시위처럼 움직인다는 의미다. 권오준은 "대부분 손목이 위에 있어야 제구력이 동반된다. 손목이 밑에 있는 투수는 제구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흉내 금물의 까닭
임창용은 독특한 백스윙으로 빠른 공을 던지면서 제구도 일정 수준 이상 갖췄다. 게다가 임창용은 다리 동작도 독특하다.
권오준은 "대부분 투수가 내딛는 발끝이 타자쪽을 향한다. 그런데 창용이형은 내딛는 왼쪽 발이 1루 방향으로 오픈돼 있다. 대신 무릎은 여전히 타자를 향하고 있다. 대단하다"고 말했다. 간단히 말해 내딛는 왼쪽발은 왼쪽으로 꺾여있고, 대신 무릎은 타자쪽을 향하고 있다. 그동작 그대로 따라해보면 당장 근육이 뒤틀리는 느낌이 든다.
권오준은 "창용이형이 그만큼 유연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투구폼이다"라고 결론내렸다. 힘을 최대한 모을 수 있는 투구폼인데, 그걸 일반 투수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고 해봤자 역효과만 난다는 얘기였다.
임창용은 백스윙때 어깨가 젖혀지는 각도가 엄청나다. 양 팔의 각도가 마치 갈매기 같은 형상을 이룬다. 덕분에 투구과정이 굉장히 다이내믹하게 느껴진다.
최고 160㎞짜리 포심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는 비결이다. 확 제껴진 어깨, 활시위 같은 백스윙 동작, 그리고 왼쪽 발의 비상식적인 각도가 더해져 최고 160㎞짜리 포심패스트볼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타고난 유연성 덕분이다.
오키나와=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