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는 '로봇 심장'이고 박주영은 '통뼈 사나이'다. 대표팀 최고의 각선미(脚線美)를 꼽자면 단연 이청용이다. 축구 대표팀 선수들에겐 남들이 모르는 자기만의 자랑거리가 있다. 송준섭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 주치의와 함께 전·현직 주요 대표팀 선수들의 신체특징을 살펴봤다.
발목 부상 때문에 이번 소집에 빠진 차두리는 특이한 심장의 소유자다. 엘리트 대표 선수들은 격렬한 운동을 하기 때문에 심장 근육 벽이 일반인보다 두꺼워지는 심장 비대(肥大) 증상이 대부분 나타난다. 극심한 운동에 몸이 적응하는 것으로, 근육 운동을 꾸준히 하면 근육이 두꺼워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차두리의 경우엔 심장벽의 두께가 일반인과 별 차이가 없다. 이는 심장의 기능이 원래부터 뛰어나기 때문에 두꺼워질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로, 종목을 불문하고 지금까지 본 엘리트 선수 중 심장 비대증이 전혀 없는 선수는 차두리가 유일했다. 놀라운 '로봇 심장'이며 아버지 차범근 감독으로부터 대단한 '스포츠 DNA'를 물려받았다고 할 수 있다.
주전 공격수인 박주영은 통뼈 중의 통뼈를 자랑한다. 같은 키와 몸무게를 가진 일반인에 비해 골밀도가 20% 정도 높다.
근육도 다른 선수보다 강한 편이어서 고통을 잘 참아내는 특징이 있다. 부상 부위에 강한 충격파를 전달해 치료하는 '체외 충격파 치료기'를 쓸 때면 다른 선수들은 비명을 올린다. 그러나 박주영은 눈 하나 깜짝 않는다. 습관성 왼쪽 팔꿈치 탈구가 일어나도 박주영은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다. 보통 사람들은 탈구가 되면 나뒹굴 정도의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대표팀 의무팀은 그에게 '인간 진통제'라는 별명을 붙였다.
축구 선수들의 허벅지는 보통 여성들의 허리 두께만큼 굵은데,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이청용이다. 그의 허벅지나 종아리에는 '알'도 배기지 않는다. 대표팀 최고의 각선미라고 할 수 있다. 근육량이 적은 대신 아주 유연하고 부드러운 것이 이청용 근육의 특징이다. 그가 좁은 공간에서 매끄럽게 움직이며 수비를 돌파하는 것은 그의 근육 특성과도 관련이 있는 듯하다.
이청용과 함께 '쌍용'인 기성용은 근력이 부족한 편이었는데, 월드컵 이후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화하면서 지금은 '근육맨'이 됐다. 최근 몸무게가 월드컵 당시 75㎏에서 4㎏ 정도 불었는데, 이것이 대부분 근육 증가에 의한 것이다. 셀틱에 소속된 기성용이 스코틀랜드의 거친 축구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판단이다.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과 이영표에게도 특징이 있다. 박지성은 '산소 탱크'라는 별명을 갖고 있지만 심장 초음파 및 혈액검사 결과는 다른 선수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박지성은 대표팀에서 '식스팩' 복근이 없는 거의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근육질 몸매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런 신체 조건으로 어떻게 그렇게 뛰는지 의무팀 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피지컬 트레이너인 토니 스트러드윅은 월드컵 대표팀 훈련장을 찾아 "조사 결과 박지성의 허벅지 근력은 평균적인 잉글랜드 선수보다 15% 정도 높다"고 한 일이 있다.
하지만 그걸로 전부를 설명하긴 어렵다. 박지성의 파워는 강한 다리의 힘 외에도 헌신적인 태도, 정열적인 에너지라는 말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한편 이영표는 동료에 비해 심장 비대 증세가 두드러져 보이는 선수였다. 키도 177㎝로 큰 편이 아니고 근력이 강하지도 않은 이영표는 엄청난 훈련량으로 자기 약점을 극복하면서 튼튼한 심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영표는 '축구 선수 진화의 최종 형태'라고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