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후 오랜 기간 고교에선 문과 학생이 이과보다 많았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유교적 전통 때문에 관료를 더 높게 치는 사회적 분위기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중화학공업화 선언과 함께 정부가 이공계를 육성하려는 의지가 높아졌던 1970~80년대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여고는 여전히 문과반 수가 많았으나, 남자 고교에서는 7대3 정도로 이과반이 더 많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처음 시작되던 1993년(1994학년)에는 이 비율이 1대1 정도가 됐다. 1994학년 수능 2차 시험에서는 문과와 이과 비율이 모두 45.7%(나머지는 예체능계)였다.
그러다 이과생은 IMF 외환위기가 일어난 1997년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 1997년 문·이과 선택을 앞두고 있던 고교 1학년생이 치른 2000학년 수능에서 자연계를 선택한 학생이 34.6%(31만105명)로 전년도의 39.9%(34만6736명)보다 5.3%포인트 뚝 떨어졌다.
외환위기에 따른 경제난으로 기업들이 R&D(연구개발) 인력을 우선적으로 줄이면서 '이공계는 취업이 힘들게 됐다'는 생각이 팽배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졌다.
수능에서 인문계를 선택한 학생의 비율은 1999학년 49.1%에서 2000학년 52.1%, 2002학년 56.4%로 계속 늘어났다. 반면 자연계를 선택한 학생의 비율은 1999학년 39.9%(34만6736명)에서 2000학년 34.6%(31만105명), 2002학년 26.9%(19만8963명)로 급락했다. 문과생이 이과생의 두 배가 넘게 됐던 것이다.
2003학년부터는 이과생의 비율이 다시 늘어나, 지난해 수능에선 자연계 학생이 33.9%(24만1497명)로 전년도의 32.9%(22만2758명)에서 소폭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