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펍(pub)은 또 다른 축구장이다. 퍼블릭 하우스(Public house)의 준말로, 우리로 치면 선술집 같은 곳에서 영국인들은 축구를 보고 축구 이야기를 나눈다.

27일 펍에서 '맨유 문화'를 느껴볼 수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단은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들어왔고 그곳에서 맨유 광팬 시그먼트 저지를 만날 수 있었다. 맨유 선수들이 기차에서 내려 곧바로 버스로 갈아타는 동안 쉬지 않고 응원가를 부르던 그는 맨유 팬들이 조촐하게 모이는 자리가 있다며 기자를 초대했다. 펍은 런던 중심가의 소호지역에 있었다.

맨유 깃발과 머플러로 장식한 펍엔 뼛속까지 맨유 팬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9살 때부터 형을 따라 맨유를 좋아했다는 셰인 라이언은 "맨유는 생각 없이 돈을 쏟아붓는 구단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이라면 안 하고는 못 배기는 질문, 박지성에 대해 물었다. 라이언은 정색을 하며 자리를 고쳐 앉았다. "제가 감독이라면 박지성을 결승전 출전 명단에 맨 위에 올려놓을 겁니다. 박지성은 진짜 팀 플레이가 뭔지 아는 선수니까요."

"엄마 뱃속부터 맨유를 응원했다"는 샘 스토니어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진정한 축구 팬이라면 박지성의 가치를 알지요. 박지성이 맨유 선수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27일 영국 런던의 한 펍에서 맨유 팬들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기념하는 머플러를 흔들며 즐거워하고 있다.

기분 좋게 오가는 맥주와 함께 맨유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던 이들의 눈빛이 갑자기 달라졌다. 챔피언스리그 공인구를 상품으로 내건 퀴즈 시간이었다. 얼떨결에 라이언과 한 팀을 이뤘다.

첫 번째 섹션은 웸블리구장에 관한 문제였다. 그날 오전 웸블리구장에 대한 기사를 쓴 터라 유리했다. 웸블리구장의 최초 이름을 묻는 말에 '엠파이어 스타디움'이라고 쓰자 라이언이 존경의 눈길로 쳐다봤다. 나중엔 변기 개수까지 정확히 맞히는 바람에 '웸블리 박사'로 완전히 공인받았다.

이후엔 맨유와 바르셀로나에 대한 문제가 이어졌다. 맨유 관련 퀴즈는 모두 신이 난 표정이었지만 바르셀로나에 대한 문제가 나오자 다들 '남의 집 얘기에 왜 관심을 갖느냐'는 얼굴이었다. 우리 팀은 50문제 중 34개를 맞혀 아쉽게 상품의 주인공은 되지 못했다. 기분 좋게 펍을 나서는데 어딘가에서 응원가가 들려왔다. 축구의 나라 영국의 밤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