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故)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유럽 각국이 기념행사를 열어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미국에선 그의 생일인 지난 2월 6일을 전후해 조촐한 행사로 그의 탄생 100년을 차분하게 기념한 반면, 유럽에선 정치권은 물론 종교계까지 그를 추모하고 나섰다.

헝가리 의회는 레이건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지난 28일 특별회의를 열었다. 이튿날 수도 부다페스트의 미국 대사관 앞 자유의 광장에 그의 동상을 세웠다.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는 지난 30일 미 대사관 앞 거리를 '로널드 레이건 거리'로 개명(改名)하는 행사가 열렸다.

헝가리 “공산주의 종식, 고마워요 레이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6월 29일 열린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동상 제막식에 참석한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왼쪽)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대(對) 소련 정책을 카터 행정부 시절의 ‘평화 공존’에서 ‘힘의 우위 추구’로 전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미·소를 정점으로 하는 동서 냉전 구도를 깨고 소련 해체와 동유럽 국가들의 독재 종식 등에 기여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도 오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런던 그로브너 광장에 그의 동상을 제막한다. 폴란드는 지난 27일 세인트 메리 바실리카 성당에서 비지쉬 추기경이 집전하는 감사 미사를 거행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에 대한 유럽의 각별한 추모 열기는 그가 동서로 양분돼 있던 유럽의 냉전(冷戰)구도를 해체했고, 궁극적으로 동구권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인식에서 나온다. 그는 1981년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소련의 세계 적화(赤化)혁명을 비판하며 포문을 열었다. 당시 미국에서조차 '공산-민주 진영 간 화해 무드' 분위기가 짙었기 때문에 레이건의 발언은 지나치게 호전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레이건은 그러나 국가안보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자유진영의 군사력 우위 확보 전략을 추진했고, 동유럽인들에게는 "좌절하지 말고 공산 독재에 항거하라"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결국 소련은 미국과의 승산 없는 군비경쟁 대신 군축 협상 테이블을 택했고, '시대착오적으로 보였던' 레이건의 반공(反共) 외교노선은 동유럽 공산주의의 몰락과 소련 해체로 이어졌다.

1989년 헝가리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졸트 네메스 현 외교부 차관은 "레이건은 공산주의의 억압에 대해 진실을 말했고, 핵무기 위협에도 소련과 당당히 맞서 그들의 몰락을 재촉하고 우리의 민주화 혁명에 영감을 부여했다"고 말했다고 미 USA투데이는 보도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94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2004년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93세로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