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는 게 우선이겠지요. 그리고 그 자리를 꾸준히 지켜서 10승 이상도 노리고 싶습니다".

2년 넘게 1승도 없이 불운에 울었던 사나이. 무승의 터널을 헤메다 트레이드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그는 다음 시즌 행운이 가득하길 바랐다. '미남 투수' 심수창(30. 넥센 히어로즈)이 바라보는 2012시즌은 신중한 가운데서도 기대감이 가득했다.

배명고-한양대를 거쳐 2004년 LG에 입단한 심수창은 3년차 시즌이던 2006년 10승 9패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하며 분전했다. 창단 첫 최하위로 허덕였던 LG에 그나마 유일한 희망봉이 되었던 투수 중 한 명이 심수창.

그러나 그 이후 심수창은 운이 없었다. 전 해 10승 투수임에도 2007년 계투로 뛰었던 심수창은 2008시즌 6승을 거두며 다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2009시즌 5월까지만해도 팀의 실질적인 우완 에이스 노릇을 하던 심수창은 어느 순간 패배가 익숙한 투수가 되며 올 시즌까지 18연패 늪에 빠졌었다. 지난해에는 승리 없이 4패만을 떠안았다.

결국 지난 7월 31일 후배 박병호와 묶여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심수창. 그는 8월 9일 사직 롯데전서 6⅓이닝 6피안타 1실점 호투로 2년 여 만에 개인 18연패를 끝내고 승리를 따냈다. 올 시즌 LG-넥센서 2승 13패 평균자책점 5.01을 기록한 심수창이 넥센 유니폼을 입고 올린 성적은 2승 7패 평균자책점 4.98이다. 그에게 두 달 여 넥센 생활은 적응기와 같았다.

"힘든 한 시즌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지난 시즌보다는 확실히 나았어요. 지난 시즌에는 1군보다 2군에서 더 오래있었거든요. 그래도 올 시즌에는 꾸준히 나왔잖아요. 9번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하고 2승에 그친 것이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운도 실력이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개인 18연패 기록은 어느새 국내 프로야구 최다 연패 불명예가 되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2년 여 동안 단 1승 없이도 1군에서 출장기회를 얻었다는 점은 팀 내에서 그를 보는 시선이 생각만큼 차갑지 않았고 분명 승산있는 기량을 갖췄음을 증명한 셈이다. 넥센 선수단이 그를 따뜻하게 보듬어 준 이유이기도 하다.

"안 좋은 기록이 계속 이어진 데다 트레이드까지 겪으니 심리적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넥센에 와서 그 기록이 지워졌잖아요. 다시 시작해야지요".

박병호와 마찬가지로 넥센 코칭스태프는 심수창을 의도적으로 뜯어 고치려 하지 않았다. 정민태 투수코치의 조언에 대해 묻자 "하체 중심이동이 빠르니 조금 더 그 쪽에 신경써서 끌고 나가 던지라는 정도였다. 많은 이야기는 해주시지 않았다"라고 답한 심수창. 그는 바뀐 팀에서 부여하는 기회에 더욱 감사했다.

"LG 시절에는 주자가 출루하면 '아, 바뀌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교체되는 데 대한 부담이 컸습니다. 그러나 넥센에 와서는 사람들이 절 믿어주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무사 3루 위기에서도 계속 믿어주시니 부담도 덜했고 위기가 왔을 때도 '내가 해결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 무대의 투수로서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타자와의 수싸움을 통해 타이밍을 뺏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2009시즌 함께 호흡을 맞추던 포수 김정민(LG 배터리코치)이 '수창이는 같은 구종으로도 힘 조절을 잘하면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스타일'이라고 칭찬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빠른 스피드를 갖췄다면 좋겠지요. 그러나 저는 우격다짐식 투구보다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종으로 허를 찌르는 전략을 넘어 그 구종을 읽히더라도 스피드를 달리해서 타자가 공략하기 어렵게 하는 투구를 하고싶어요".

시즌이 종료된 후 심수창은 휴식기를 보내는 중.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면 심수창은 넥센 선발 요원으로서 몸 만들기와 기량 연마에 돌입하게 된다. "일단 비시즌에 선발 요원으로 눈도장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겸손하게 이야기한 심수창은 점진적으로 팀의 필수 요원으로 자리잡으며 6년 만의 10승 고지 등정을 바랐다.

"일단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는 것이 다음 시즌 1차 목표입니다.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간다면 부상이나 슬럼프 없이 꾸준하게 나서는 게 2차 목표고요. 그렇게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10승 이상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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