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각) 숨진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에게는 짝사랑한 여인이 있었다. '아프리카 공주(African princess)'라고 불렀던 부시 행정부 시절의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다.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는 다음 달 1일 출간 예정인 라이스의 두 번째 자서전 '최고의 영예, 워싱턴 시절의 회고'에 수록된 카다피 관련 내용이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라이스는 "카다피는 나에게 꺼림칙할 정도로 집착했다"며 "나를 아프리카 공주라고 부르며 왜 자신의 텐트에 방문하지 않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이 책에 따르면 라이스가 카다피를 만난 것은 지난 2008년. 1957년 당시 리처드 닉슨 부통령 이후 최고위급으로 리비아를 방문한 라이스는 카다피의 사저에서 환대를 받았다. 당시 라이스의 눈길을 끈 것은 카다피의 각종 기행이었다.
라이스는 “뭔가 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얘기하던 도중 갑자기 고개를 앞뒤로 휘젓더니 횡설수설하기도 했다”고 했다. 당시 카다피는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리원칙을 때려치워라”면서 “두 국가를 하나로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고 라이스는 전했다. 라이스는 미국의 원칙에 대해 설명했고, 그 설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카다피는 2명의 통역사를 그 자리에서 해고했다고 한다.
카다피는 라이스에게 갑자기 “개인 주방에서 함께 저녁을 먹자”고 말하기도 했다. 또 “리비아 작곡가들이 만들었다는 ‘백악관의 검은 꽃(Black Flower in the White House)’라는 음악을 틀기도 했다”고 전했다. 라이스는 “이상했지만 그래도 저속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카다피는 이날 라이스에게 2억3000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반지, 리비아 전통악기, 자신의 얼굴이 들어 있는 펜던트 목걸이 등을 선물했다. 라이스는 당시 카다피의 체면을 고려해 선물을 받았으나, 공무원윤리규정에 따라 이를 모두 미 연방조달청(GSA)에 넘겼다고 한다.
실제 카다피가 라이스에게 병적으로 집착했다는 증거는 많다. 카다피는 2007년 아랍권 위성 뉴스채널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라이스를 언급하며 “마이 달링 리자, 리자, 리자, 나는 그녀를 아주 사랑한다.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 여성이기 때문에 나는 그녀를 매우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 사랑하는 흑인 아프리카 여성을 지지한다. 나는 그녀가 느긋하게 상체를 젖힌 채 아랍 지도자들에게 지시하는 방식을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한다”고도 했다.
지난 8월, 리비아 반군은 트리폴리를 점령하고 라이스의 사진이 가득 담긴 사진첩을 발견했다. 사진은 대부분 얼굴 부분이 확대된 것들이어서 마치 스토커의 수집물 같은 느낌이었다고 미국의 MSN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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