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사고 수습 작업 중 사망자 4300명, 시신은 후쿠시마 의대에 연구용으로 보관, 유족에게는 비밀 유지를 조건으로 3억엔(45억원)씩 지급, 기형아 속출….
일본의 한 지방 의회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려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파문은 후쿠시마현 카와우치무라 의회 소속 니시야마 치카코(西山千嘉子) 의원이 지난 6일 자신의 블로그에 "세토(瀬戸) 교수가 10월 31일 '믹시'(일본판 SNS)에 올렸던 내용"이라는 문장과 함께 한 편의 인용문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게시물에는 '세토 교수는 지난 10월 중순부터 후쿠시마 원전 작업에 관여하고 있으며, 그가 올린 SNS 원문은 이미 삭제됐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이어진 '세토 교수의 원문'은 '원전에서 일하던 작업원 100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됐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며, 실제로는 강한 방사선에 노출된 탓에 심근 이상이 발생해 숨진 것'이라는 내용이다. 글에는 사망자의 시신이 후쿠시마 현립 의과대학에 '방사선 장해 연구용 검사대상 물체'로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세토 교수'는 글에서 "실종 처리된 작업원의 가족에게는 막대한 금액의 입막음 비용이 지급되고 있기 때문에 폭로는 없을 것"이라며 "이러한 내용을 SNS로 알릴 것인가를 고민했지만, 사실을 알리는 것도 나의 역할이라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글은 (정부에 의해) 즉각 삭제되겠지만, 진실을 숨긴다고 상황이 좋아지지는 않는다"며 "앞으로도 계속 글을 남기겠지만, 은유적 표현이 많아질 것"이라고 적었다.
이 게시물은 '지방 의회 의원이 올렸다'는 소식과 함께 일본 네티즌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했다.
그러자 니시야마 의원은 "이 블로그 글이 꽤 확산하면서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이 글은 전재(轉載·옮겨실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후속 정보도 들어왔다"며 또 다른 게시물을 전재했다.
처음 글보다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이 게시물은 '도쿄전력(원전 운영사) 정말 무섭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글의 작성자는 "후쿠시마의 모(某) 관계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라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는 "세토 교수의 용감한 내부고발이 있었지만, 현실은 더 참혹했다"며 작업원 사망자 수를 '4300명'으로 규정한다. 또 정부가 유족에게 비밀 유지를 조건으로 3억엔씩을 지급했다고 주장한다.
'사망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나와 있다. 작업원들은 대부분이 현장에서 숨지는 게 아니라, 작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사인(死因)은 심근경색, 비밀 유지비를 받은 유족은 장례식도 치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망자들의 피폭량은 500mSv(밀리시버트)라고 했다.
글의 작성자는 "(사고 현장 통제와 수습에 나섰던) 자위대 64명과 경찰관 300명도 사망했다"며 "정부가 일당 3만엔(45만원)과 '상황 종료 후 특진'을 미끼로 젊은 경관을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후쿠시마의 병원에서는 7달 만에 조산(早産)하는 사람과, 한손이 없는 기형아들이 태어나고 있지만, (정부의 정보 통제로) 인터넷에서는 전혀 검색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두 게시물이 올라가면서 일본 온라인은 발칵 뒤집혔다.
9일 오후 현재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과 '세토(瀬戸) 교수'를 검색어로 입력하자, 이러한 괴담을 옮겨 실은 블로그나 SNS 글이 수백개 이상 검색됐다. 원전 사태 초기부터 제기돼 온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정보 은폐 의혹과 맞물려 일본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확산한 것. 글을 읽은 네티즌들은 분노·공포감 등을 드러내거나, "정부를 믿을 수 없으므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8일부터는 국내에서도 일본에 관심이 많은 일부 네티즌이 해당 글을 자신의 블로그 등에 게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름 없이 '세토'라는 성(姓)만으로는 이 인물이 실존 인물인지를 확인하기가 어려운 데다, 글에서 사망자들의 피폭량으로 제시된 500mSv는 림프구가 감소하는 수준일 뿐, 직접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수치가 아니라는 점 등으로 미뤄 해당 내용은 신빙성 없는 단순 괴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