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내리던 지난 2일 오후 대전시 서구 내동의 한 아파트. 승강기에 오른 대전 D여고 1학년 A양은 4층과 14층 두 곳을 눌렀다. 자신의 집이 있는 4층에서 문이 열렸지만, A양은 내리지 않았다. A양은 14층까지 올라갔다. 14층에서 내린 A양은 엘리베이터 앞 창문 아래에 벗은 신발과 가방을 둔 채 밖으로 몸을 던졌다. 다음날 오전 9시 아파트 출입구 지붕에서 A양의 시신이 발견됐다.
대구서부경찰서는 가방 안에 있던 메모 내용을 바탕으로 "A양이 신병을 비관해 자살했다"고 밝혔다. 한 여고생의 자살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자신을 A양의 사촌 오빠 김모(24)씨라고 밝힌 사람이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씨는 "A양이 친구들에게 심한 왕따를 당했고, 담임교사는 이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사촌 동생이 지난 9월 이후 친구와 다투며 왕따가 됐지만, 가족이나 다른 친구들에게 어려움을 털어놓지 못했다"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자살사건이 일어난 날 A양은 담임교사를 찾아가 "힘들다"고 토로했지만, "친구들끼리 문제이니, 내가 개입할 일이 아니고 너희끼리 해결하는 게 맞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A양은 자살하던 날 9교시 수업 도중 같은 반 학생들과 말다툼을 벌였으나 이 과정을 지켜보던 교사는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고 교실을 나갔다고도 했다.
유족 측은 이날 수업시간이 끝나고 A양을 괴롭히던 친구들이 다른 반 아이들과 함께 "죽어라"라면서 "니까짓게 죽을 수 있을까"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내용을 공개한 사촌 오빠 김씨는 "여동생을 죽음으로 내몬 학교 학생들과, 이를 방치한 교사가 처벌되길 원한다"며 A양의 자살 직전 CCTV 영상을 미니홈피를 통해 공개했다.
D여고 측은 유족의 주장에 대해 "일부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고 했다. D여고 관계자는 "사건이 일어난 날 A양이 반장과 함께 왕따 문제로 상담을 요청해 상담해 줬고, 15분간 상담을 해주던 담임교사가 몸이 좋지 않아 다음날 계속 상담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또 "수업 도중 아이들이 언쟁하자 해당 교과 선생님이 제지했다"고 밝혔다. 유족 측의 주장과 달리, A양과 언쟁을 벌인 아이들은 "죽어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싸운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자 A양이 "내가 그러면 죽어버리면 되느냐"라고 말했고, 아이들이 "누가 죽으라고 했느냐 사과만 하라"라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유족 측의 주장과 학교의 해명을 접수하고 사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입력 2011.12.21. 15:32업데이트 2011.12.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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