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사흘에 걸쳐 김정일 사망 속보들을 쏟아내는 뉴욕타임스가 급기야 스포츠면에까지 관련기사를 실어 화제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김정일 사망 발표 다음날인 19일부터 21일까지 A섹션 1면과 다양한 지면들을 활용하고 있다고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가 21일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첫날인 19일은 사망 발표가 늦은 시간 알려져 마감이 늦어진 듯 A섹션 1면 사이드 톱으로 처리한 후 12면으로 연결되는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20일은 A섹션 1면 톱과 14면 전체를 할애했고 부고면인 B섹션 18면 전체에 4장의 사진과 장문의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A섹션 오피니언 페이지인 32면에 ‘독재자의 죽음’이라는 사설을 실었고 33면엔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중국의 강화되는 영향력에 관한 ‘(북한은)중국의 새로운 성(省)?(China's Newest Province?)’이라는 예민한 분석기사를 올렸다. 21일도 눈에 띄는 편집이었다. A섹션 1면에선 자취를 감췄지만 국제면 프런트페이지인 5면 톱기사로 수만명의 시민이 길게 줄을 선 채 눈물 바다를 이룬 대형사진을 함께 넣었다. 이채로운 것은 스포츠섹션에도 김정일 사망 기사가 실렸다는 사실이다.
스포츠면 프런트페이지인 B섹션 12면 톱으로 ‘김정일 스포츠맨’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린 가운데 김정일 김정은 부자가 스타디움에서 박수를 보내는 사진을 곁들여 시선을 모았다. 또 18면에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1992년 축구경기장을 둘러보는 사진을 실었다.
뉴욕타임스의 이 같은 관심은 1994년 김일성의 사망 이후 북한을 17년 간 통치한 김정일 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죽음이 몰고온 충격과 파장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기사의 영역이 스포츠섹션까지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인 독자들도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뉴욕의 PGA 골프 인스트럭터인 한인수 프로는 “스포츠섹션을 펼치는데 갑자기 김정일 기사가 실려 신문을 잘못 봤나 했다. 볼링과 골프 등 거의 모든 운동에서 엄청난 실력자라는 것과 월드컵 관련 기사까지 이어진 것을 보니 뉴욕타임스의 관심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임스는 이 기사에서 “북한 국영미디어에 따르면 김정일은 평양에서 열린 첫 번째 볼링게임에서 300점 만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골프에서 한라운드에 5번이나 홀인원을 하며 38언더파의 엄청난 기록도 세웠다고 한다”고 전했다.
신문은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의 스포츠 선수들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력도 지대하다면서 199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 우승자인 북한의 정성옥이 인터뷰에서 “달리면서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를 떠올린 것이 내게 자신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말한 내용도 아울러 전했다.
뉴스로의 노창현 대표기자는 “한 국가 지도자의 죽음이 이렇게 다양한 뉴스를 쏟아내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수 만 명의 시민이 통곡을 하고 스포츠 스타의 정신세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오늘의 북한체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면 정치 경제 외교 스포츠를 넘나드는 뉴스의 크로스 오버 현상을 서구 독자들이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