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말 중부지역 집중호우 당시 급류에 휘말린 시민을 구하다 순직한 것으로 알려진 의무경찰 고(故) 조민수 수경의 이야기는 상관에 의해 조작된 '거짓 영웅담'이라고 TV조선이 9일 단독 보도했다.
조 수경은 당시 시민을 구하려다 급류에 휩쓸린 것이 아니라, 급격히 물이 불어나는 동안에도 "현장을 지키라"는 상관들의 명령을 따르다 대피할 시간을 놓쳐 물살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지휘관들은 자신들의 잘못된 지휘를 은폐하기 위해 조 수경이 시민을 구하다 숨진 것으로 둔갑시켰고, 이처럼 조작된 내용을 당시 현장에 있던 의경들에게 강요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명령에 따르다 숨진 조 수경을 억지로 '영웅'으로 만들어 그를 두 번 죽인 것이다.
TV조선은 조 수경의 동료 의경들과 조 수경이 구출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강모(58)씨 등으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조 수경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고, 이명박 대통령까지 조문에 나섰던 이 이야기는 희대의 '대국민 사기극'으로 결론나게 될 전망이다.
경찰은 지난해 7월 27일 오후 9시 20분쯤 조 수경이 경기도 동두천 캠프 모빌 미군 시설에 대한 경비를 맡아 근무하던 중 철수 지시를 받고 이동하다 강씨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강씨는 급류에 고립돼 미군부대 철조망에 매달려 있었으며, 조 수경이 강씨를 구조하려 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급류에 휩쓸리면서 실종돼 5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목격자들의 증언은 달랐다. 현장에 있었다는 조 수경의 동료들은 "조 수경이 컨테이너 숙영 시설에서 장비 등을 챙기다 갑자기 불어난 물을 제때 피하지 못해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갑자기 물이 차올라 중대장에게 “철수해야 한다”고 무전으로 보고했지만, 중대장은 “기다리라”고 지시했고, 이어 몇분 만에 물이 무릎 이상으로 차오르자 다시 “견딜 수 없다”고 보고했지만 이때도 중대장은 “물이 목까지 찰 때까지 기다리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끝까지 남아있던 3명이 탈출을 시도했고, 조 수경이 마지막으로 빠져나오다 급류에 휩쓸리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중대장과 소대장들이 사고 직후 의경들을 모아놓고 ‘너희들 알 만한 나이 아니냐. 조민수 죽음을 함부로 떠들고 다니지 말라’고 은폐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강씨도 “경찰에서 ‘조 수경이 선생님을 구하다 죽은 것으로 해도 되느냐’고 물어와 알아서 하라고 해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중대장은 “당시 포천에 지원을 나가 있어 무전으로만 보고를 받았다”며 “숙영시설에 남아있던 의경들에게 철수하지 말라고 지시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일선에서 보고한 대로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관이 꿈이었던 조 수경은 오산대 경찰행정학과에 다니다 2009년 11월 의무경찰로 입대했으며, 사고 당시 전역을 1개월여 앞두고 있었다. 경찰은 사고 직후 조 수경을 ‘명예경찰관(순경)’으로 위촉했고, 미2사단과 동두천시는 캠프모빌 입구에 추모비를 건립했다. 충주 중앙경찰학교와 전의경교육대 등에는 흉상이 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