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기자] "원래 발이 느린 아이라…".

애제자 김태군(23, LG 트윈스)을 생각하는 김정민(42) LG 배터리코치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김 코치는 김태군이 팀에 입단한 2008년 기라성 같은 선배였다. 그러나 2010년 배터리코치로 변신하면서 그에게 김태군은 애지중지 키우는 제자가 됐다. 김태군도 틈만 나면 김 코치를 롤모델로 꼽으며 "제가 이 자리까지 있게 해주신 분은 김정민 코치님"이라고 할 정도로 애틋했다.

그리고 올해 김태군은 누구보다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팀의 주전포수 조인성(37)이 지난 겨울 SK로 떠나면서 빈 안방을 책임질 선수로, 그래도 지난해 38경기에 출장해 '1군 경험'을 해본 김태군이 낫지 않냐는 여론이 높았다. 김태군 스스로도 "이만큼 열심히 해본 적이 없다. 시즌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활약을 예고했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잘못 들어갔다. 김태군은 지난 10일 실시된 체력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오키나와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기태(43) 감독은 "몸이 안 만들어졌다는 건 그만큼 절실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태군의 올 시즌 첫 시련이다.

김정민 코치도 김태군 이야기에 시름이 깊어졌다. "올 겨울 정말 열심히 했다. 가장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지난해 전 경기 복기까지 하면서 준비했다"며 김태군이 겨울을 소홀히 보내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김 코치는 "체력 테스트에 윗몸 일으키기, 50m 달리기, 4km 달리기가 있는데 달리기에서 안됐을 것이다. (김)태군이가 원래 발이 느린 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도 그의 실력이다. 김 코치는 "포수 자원이 6명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잘해야 하지 않겠나. 이번에 자신의 모자란 점을 자기도 느꼈을 것이다. 충격을 받았다면 그만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자를 떼어놓고 오키나와에 가야 하는 김 코치의 진심 어린 걱정이 담긴 충고였다.

김 코치의 마음 속 올해 포수 운용은 아직 '백지 상태'다. 김 코치는 "내가 선수들을 순번을 매기더라도 선수들이 얼마나 목표 의식을 갖고 절박하게 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그 순번이 한 두달 만에도 바뀔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도 그렇고 나도 최대한 선입견 없이 모든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마지막으로 김태군 뿐 아니라 이번에 LG 포수 '공개 모집'에 참여하는 모든 포수 자원에게 조언을 보냈다. "훈련을 가면 투수들이 같이 연습을 할 포수를 선택하곤 한다. 투수가 찾아오게 할 수 있는 포수가 돼라. 그래야 시즌 중에도 투수가 편하게 자기 역량의 100%, 120%를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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