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P2P(개인 간 데이터 공유) 사이트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음란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경복궁(景福宮)에서 찍은 음란물이 인터넷에서 버젓이 나돌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동영상은 견학 온 학생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복궁을 관람하고 있는 한낮에 촬영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재인 경복궁까지 음란물 촬영 장소로 이용된 것이다.

총 2부작으로 제작된 이 동영상은 경복궁 수문장 교대 의식 장면으로 시작한다. 한 여성이 경복궁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매니저'라 불리는 남성의 요구에 따라 포즈를 취하는 방식으로 동영상이 제작됐다. 뒤편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궁내를 관람하는 와중에도 이 여성은 가슴과 성기 노출을 일삼는다.

동영상에선 견학을 온 어린 학생들 목소리도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고궁에서 음란물을 찍고 있는 이들에게서 거리낌을 찾아볼 수 없다. 촬영자가 "명승 고적지에서 애먼 짓을 다 하고 기분이 어때요?" 하고 묻자, 여배우는 "조금 무섭긴 한데, 스릴도 있고 재미있는 거 같아요"라고 웃으며 답한다. 여배우가 주변 시선을 신경 쓰며 노출하는 것을 잠시 머뭇거리자, 촬영자는 "사람들 걸쳐서 찍어야 된다(화면에 관광객이 같이 나오게 찍어야 한다는 의미)"며 "공공장소에서 까고 하는 이런 걸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결국 여배우는 남성 출연자와 성행위에 가까운 장면까지 연기했다.

어린 학생들과 외국인 등 관람객이 즐비한 한낮에 경복궁에서 제작된 음란물 동영상.

장소를 옮겨가며 영상을 찍은 이들은 관광객이 즐비한 근정전(勤政殿) 옆에서도 촬영을 계속했다. 근정전은 경복궁의 중심이자, 조선 왕실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국보 제223호로 지정돼 있다. 동영상에서 촬영자는 "작은 카메라를 들고 오는 게 관광객 같아서 좋다"며 "역사책에 나온 데에서 (우리가) 창피해하는 모습에 사람들이 재밌어할 거다"라고 했다.

이 동영상은 성인물을 전문으로 만드는 업체에서 제작했다. 동영상 하단에는 저작권이 제작업체에 있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 동영상에 명기된 성인 사이트에는 "모든 콘텐츠는 매주 자체 제작되고 있다"며 "현재 총 3000편이 넘는 동영상을 서비스 중"이라는 문구가 써있다. 이 사이트에서 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매월 2만~3만원을 내야 한다. 이 업체에서 촬영한 영상이 상업적인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 업체는 홈페이지에 '성인 인증이 된 회원들의 전용 공간으로 국내법을 성실히 지키고 있다'며 불법 음란물 유포 금지 안내문을 게시해 놓았다. 그러나 문제는 경복궁에서 촬영된 동영상이 P2P 사이트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 해외에 서버를 둔 일부 프로그램은 성인 인증 절차조차 없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성인 인증이 되지 않아도,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쉽게 동영상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복궁에서 찍은 음란물이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화우의 강호순 변호사는 "경복궁에서 음란물을 촬영할 때 설사 주변 사람들이 이를 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공공장소에서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연음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경복궁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경복궁에서 음란물이 촬영된 것을 인지하고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당시 해당 동영상이 모두 삭제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여전히 인터넷에서 동영상이 나돌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 관계자는 "여전히 동영상이 유통되고 있는 것을 몰랐다"며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