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와 술은 멀수록 좋을까.
최근 SK 와이번스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에게 음주를 제재할 방침이라고 전해지면서 새삼 이슈가 되고 있다.
알려지는 과정에서 와전된 측면이 있지만 앞으로 음주로 파생되는 문제로 팀 분위기가 흔들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종을 울린 것은 분명하다.
남자의 세계에서 술, 담배, 여자, 도박은 늘 문제를 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 절제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술과 담배는 분명 해롭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술과 담배를 즐기면서 운동도 잘한 선수가 제법 많다.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와 메이저리그 시애틀에서 명품 포크볼을 앞세워 마무리투수로 이름을 떨쳤던 사사키 가즈히로는 이른바 ‘말술’을 마셔대면서도 야구 하나 만큼은 최고였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 프로스포츠에서도 그런 전설적 인물들이 꽤 있다.
이런 예외적인 케이스를 들어 술과 담배가 운동선수에게 독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그들이 술과 담배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지혜롭게 활용했을 것으로 볼 수는 있을 듯 하다.
그럴지라도 운동선수가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면 더 나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여기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여전히 ‘홈런왕’으로 추앙되는 베이브 루스(전 뉴욕 양키스)의 사례는 시사하는 점이 많다.
루스는 야구장에선 파워 넘치는 불세출의 거포였지만 골초, 주정뱅이였던 데다 늘 여자를 탐하는 난봉꾼에 도박꾼이기도 했다. 그가 야구장 밖에서 몸을 아꼈다면 그의 성적은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는 게 미국 야구역사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함부로 굴린 몸
루스는 언제나 힘이 넘치는 장사였다. 그러나 힘 뿐만 아니라 타고 난 타격감각과 좋은 눈이 합해져 홈런을 만들어냈다. 그의 통산타율이 3할4푼2리라는 것은 파워만 좋은 타자가 아니었다는 증거다.
루스는 어느날 기자로부터 “크게 치는 것(홈런)에 신경쓰지 않는다면 타율을 4할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4할? 나를 뭘로 보나. 난 5할을 충분히 칠 자신이 있다.”
루스는 분명 그런 자신감을 갖고 있었고, 그렇게 해낼 잠재력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야구를 좀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거의 없다. 선천적인 체력과 감각이 워낙 출중했기에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루스는 매번 폭식을 해댔고, 핫도그와 탄산음료, 담배를 입에 달고 살았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자신을 위해 프라이빗룸을 마련해놓은 술집과 카지노, 매춘업소를 제집 드나들 듯 했다. 밤새워 놀다 곧장 그라운드로 나간 날도 숱하게 많았다.
스스로 홈런을 많이 치기 위해 애썼다고 주장한 것이라고는 책을 보지 않은 것 뿐이다.
독서에 도통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루스는 책을 보면 눈이 나빠져 홈런을 칠 수 없기에 책을 멀리 한다는 핑계를 대곤 했다.
새벽에도 펑펑 쳐댄 ‘홈런’
루스의 힘은 야구할 때만 발휘된 게 아니다. 루스는 침실에서도 놀라운 파워를 발휘했던 것으로 유명했다.
보스턴과 뉴욕 양키스에서 뛴 루스가 특히 좋아했던 도시 중의 하나는 세인트루이스였다. 그곳에 마음에 드는 매춘업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루스는 어느 날 세인트루이스 원정경기를 마친 뒤 그 매춘굴로 직행해 모든 업소에 한번씩 다 들렀고, 마지막 업소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숙소로 돌아오기도 했다.
조지 플림프턴이 지은 ‘홈런’이라는 책에 따르면 루스의 부적절한 애정행각은 때와 장소,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루스는 1920년대 동료 외야수이자 룸메이트였던 밥 뮤젤이 옆에 자고 있는 사이 여자를 데리고 들어와 하루밤에 7차례나 격렬한 사랑을 나누며 뮤젤의 기를 꺾어놓곤 했다.
루스는 1932년 세인트루이스 원정경기를 갔을 때 호텔에 투숙하자마다 함께 갔던 아내가 방에서 짐을 풀고 있는 사이 다른 후배의 방에서 딴 여자와 사랑을 나눈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경기장으로 나간 적도 있다. 당시 루스에게 꼼짝없이 방을 내주곤 했던 후배는 그해 갓 데뷔한 하버드대학 출신 애송이 투수 찰리 데븐스였다.
힘에 관한 한 천하장사였던 루스지만 바이러스의 침입에는 한없이 약해 일년 중 절반 이상 감기에 걸려 있었다. 쉬어야 할 때 쉬지 않고 밤낮으로 술과 담배, 여자를 즐기며 몸을 함부로 놀린 데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루스가 사생활을 절제하며 야구에 좀 더 정력을 쏟았다면 그의 홈런기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