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야구인은 프로야구 전체 승부 조작에 대해서는 여전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두 선수를 포섭해서 될 일이 아닌 데다 현장에 있는 다른 선수들과 전문가, 팬들의 날카로운 눈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작'이 특정 선수의 특정 플레이를 상대로 이뤄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 야구 해설위원은 "투수나 타자 한 명이 한 타석 정도 짧게 개인적으로 플레이를 조작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합법화된 스포츠 베팅 사이트 스포츠토토는 야구 상품이 많지 않다. 또 여러 경기 결과를 맞혀야 한다. 하지만 온라인상에 수백 개가 난립한 각종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는 단순한 경기 결과(승무패)나 경기 점수 합계뿐 아니라 선취점, 파울 볼, 선취 번트, 선취 안타, 선취 홈런, 투수 강판(어느 팀의 선발투수가 먼저 강판당하는지), 스트라이크 개수(어떤 투수의 스트라이크 총 합계 수가 많은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베팅을 유도한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야구 스페셜게임의 '초구 카운트' 규정이다.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냐 볼이냐를 놓고 직접 돈을 거는 게임이다. 예를 들어 브로커가 ○일 ○○팀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내정된 투수에게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라" "초구에 볼을 던져달라"고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A팀 B투수가 2010년 브로커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도 바로 이 '초구 볼'이었다. 이 밖에 '4회 언더·오버(양팀 득점이 기준 점수 위인지 아래인지를 놓고 베팅하는 것)', 투수 강판(어떤 팀 선발투수가 먼저 강판당하느냐) 등도 조작 여지가 있다.

주로 브로커의 공략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선발투수다. 등판 시기가 정해져 있어 사전 접촉이 용이하다. 팬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선발투수 예고제가 불법 베팅사이트에 의해 악용될 수도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조작의 대상은 타자가 될 수도 있다. 특정 타자에게 "○번째 타석에서 삼진을 당해달라"거나 "초구에 파울을 내라"고 주문할 수도 있다. 홈런이나 안타를 만들어내는 것은 힘들지만 삼진은 그냥 볼을 휘둘러 아웃돼버리면 그만이다. '초구 상품'의 주공략 대상은 각 팀의 1번 타자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