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필주 기자]"이런 센스 때문이다."

'천재타자' 스즈키 이치로(39, 시애틀)가 '안타제조기'로 불렸던 장훈(72, 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 씨를 가슴에 새긴 채 올 시즌 준비에 나서고 있다.

20일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19일) 피오리아 시애틀 스프링캠프에서 첫 훈련에 나선 이치로가 기자회견장에 색다른 셔츠를 입고 나와 관심을 모았다.

이치로의 이 셔츠에는 지난 1977년 9월 3일 야쿠르트전에 나선 요미우리의 오 사다하루(현 소프트뱅크 구단 회장)가 통산 756호 홈런을 터뜨렸을 때 모습이 가슴 중간에 조그맣게 프린트돼 있었다고. 종전 홈런 세계 신기록이던 미국 메이저리그 행크 아론의 755홈런을 뛰어넘는 순간이 잘 표현된 것으로 유명한 사진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치로가 주인공 오사다하루가 아닌 장훈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장훈은 오사다하루가 양팔을 벌려 세리모니를 하고 있을 때 뒤에서 오른팔을 들어 비스듬히 점프를 하고 있다.

이치로는 "특별 주문한 멋있는 티셔츠"라면서 "이런 센스 때문이다. 이 사진의 메인은 장훈 씨가 틀림없다. 멋있는 사진"이라고 해석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치로가 이 사진을 프린트 한 이유를 여러 가지로 해석했다. 분명한 것은 이 사진이 이번 시즌에 나서는 이치로의 생각이나 각오를 응축해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치로는 지난 시즌 10년 연속 이어오던 시즌 200안타, 타율 3할, 올스타전, 골드글러브 수상을 멈췄다. 2할7푼2리의 시즌 타율에 184안타에 그쳤다. 이치로의 명성에 부합하지 못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연속 기록이라는 중압감에서 벗어난 시즌이기도 했다.

이치로는 이 사진을 통해 자신의 기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는 자세를 높이 샀다. 일본 언론들은 당시 37세라고는 믿기는 않는 장훈의 높은 점프력에 대해 예전 이치로가 "저 점프력은 완전하다. 잠재력이 느껴진다. 비스듬한 점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올해 39세가 된 이치로인 만큼 41세까지 현역으로 활약한 장훈을 목표로 삼은 것과 동시에 팀 동료들의 플레이에 기뻐하는 등 보다 순수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편 일본에서 9시즌을 보낸 후 지난 200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치로는 2009년 미일 통산 3085안타를 기록, 장훈이 보유했던 일본프로야구 최고 안타 신기록(3085개)을 뛰어넘었다. 이에 장훈은 직접 이치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실제 장훈은 1995년 유망주였던 이치로에게 "(일본에서) 다음 3000안타를 칠 선수는 바로 너"라고 덕담을 건넨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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