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돈상자 의혹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37)씨가 미국 시민권자인 경모(43)씨에게 2007년 구입했다는 미국 뉴저지의 고급아파트 '허드슨 클럽'을 매개로 전개된다.

허드슨 클럽은 아파트 경내에 스파가 딸린 입주민 전용 수영장, 소극장 등을 갖춘 미국 뉴저지 허드슨 강변의 고급 빌라다. 정연씨가 샀다는 435호는 2개동인 클럽 내에서 가장 큰 아파트로 침실 3개의 복층구조다. 허드슨강 건너 맨해튼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보인다.

정연씨는 친구의 선배인 경씨(미국 변호사)에게서 이 집을 사는 과정에서 40만달러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차명계좌에서 송금해주도록 부탁했다. 이 사실이 3년 전인 2009년 5월 중순 대검 중수부에 적발되자 정연씨는 "집값은 160만달러인데 45만달러만 주고 115만달러는 어머니(권양숙 여사)가 해줄 것으로 생각했다. 계약서는 찢어버렸다"고 했고, 수사는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하면서 중단됐다.

의혹은 노 전 대통령 사망 1년 후쯤인 2010년 6월부터 미국 코네티컷주 F카지노의 매니저였던 이모씨가 재미 블로거 안모씨, 국내 주간지의 이모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제기했다.

당시 이씨는 정연씨에게 집을 판 경모씨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6년간 1000만달러 가까이 도박으로 날린 도박중독자'로 지칭했다. 그는 "경씨가 '정연씨에게 집을 240만달러에 팔았는데 이면(裏面)계약서가 있다'고 말했다. 나도 이면계약서를 봤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2009년 1월에 자신과 함께 카지노에 있던 경씨가 정연씨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전화를 걸었으며, 한국에서 13억원을 환치기한 100만달러가 경씨 손에 전달됐다고도 말했다. 이씨는 경씨가 2007년 6월 미국 시애틀을 방문한 권양숙 여사와 식사하고 왔다면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받은 100만달러를 자신에게 주더라고 얘기했다는 말도 했다.

이 의혹은 인터넷 등으로만 거론되다가 이씨가 최근 직접 수사를 받겠다고 국내에 입국하면서 불붙게 됐다.

이씨와 이씨의 동생은 귀국 전 일부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환치기'가 이뤄진 방법을 보다 자세히 진술했다. 경씨와 형의 부탁으로 '환치기'를 도와준 이씨의 동생은 "경씨가 정연씨와 통화한 후 지정한 장소인 경기 과천의 과천 전철역 출구 앞에 2009년 1월 10일 오전 10시쯤 갔더니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나이 지긋한 남성이 나타났고, 그의 안내로 간 비닐하우스에 13억원이 든 사과·라면 박스 7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 동생은 집에 옮겨 온 돈 상자의 사진을 찍어 언론사에 제공했다.

이씨 동생은 또 "경씨에게 다시 13억원 가운데 절반을 수입자동차 딜러인 은모(54)씨에게 전달해달라는 전화가 왔고, 그 말대로 아우디 승용차를 타고 나타난 은씨에게 돈을 건넸다"고 말했다. 이씨 동생은 또 13억원 환치기는 은씨와 자신(30만달러), 경씨 본인이 맡아 처리했는데, 미국에서 돈을 받은 경씨가 노정연씨와 "생각보다 빨리 왔네"라고 통화하는 것을 형이 직접 들었다고도 말했다. 이씨 형제 등이 제기한 의혹은 지난달 말 시민단체인 국민행동본부가 대검에 수사의뢰하면서 본격 수사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