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밤 수원 팔달구 지동에서 귀가 중 조선족 오원춘(42)의 방으로 끌려갔던 피해자 A(28)씨는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경찰에 신고전화를 걸어 필사적으로 구조를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오씨의 방에 강제로 끌려들어 간 직후인 오후 10시 50분쯤 자신의 방에서 오씨가 성관계를 요구하자, 자신의 상의 재킷을 벗어 침대에 벗어놓았다. 오씨는 A씨의 행동을 성관계를 허락한다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였다. 안심한 오씨가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로 간 사이 A씨는 방문을 걸어잠그고 휴대전화를 들고 112에 신고했다. A씨가 즉시 도망치지 못한 것은 납치된 방의 입구가 화장실과 연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수화기에서 경찰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A씨는 먼저 자신의 위치를 알린 뒤 "모르는 아저씨에게 성폭행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자세한 위치를 5차례 묻는 경찰에게 A씨는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 못골놀이터 가는 길쯤" "지동초등학교에서 못골놀이터 가기 전"이라고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알렸다.
통화가 1분쯤 이어지는 가운데 오씨가 잠긴 방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오자 A씨는 "아저씨, 잘못했어요"라고 소리쳤다.
A씨의 휴대전화가 바닥에 떨어졌지만, 통화는 끊어지지 않았다. 전화에서는 "악!" "아파! 가운뎃손가락…" "아저씨 아파!"라는 비명이 계속 흘러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기가 바닥에 떨어진 뒤에도 A씨의 목소리를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생생하게 녹음돼 있었다"며 "신고를 들은 경찰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자신의 위급한 상황을 알리기 위한 필사적인 마지막 행동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후 6분 16초간 A씨의 비명과 청테이프를 찢는 소리가 이어졌다.
부검 결과에 따르면 A씨의 손과 발에는 청테이프로 묶인 흔적이 발견됐다. A씨는 끝까지 오씨의 성폭행 시도에 저항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8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피해자의 직접적인 사인이 '경부압박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을 받았다"며 "부검에서 성폭행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씨는 1일 밤 발기부전으로 성폭행에 실패한 뒤 다음날 새벽 다시 한 번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A씨가 반항하자 오전 5시쯤 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의 마지막 절규가 담겨진 녹취록을 읽은 유족들은 "경찰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살릴 수 있었는데…"라며 경찰을 원망했다.
A씨의 남동생(25)은 "글자만 봐도 누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읽기만 해도 혼이 나갈 정도로 화가 난다"고 말했다.
A씨의 이모부는 "현장에서 있던 경찰들이 가족들한테 안심하고 기다리라는 말을 많이 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공개된 (A씨의 112 신고내용) 스크립트를 보니 경찰들의 태도에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경찰이 공개한 수원 20대女 토막 살해 사건 녹취록]
〈4월 1일 밤 10시 50분 58초〉
-접수자: 112경찰입니다. 말씀하세요.
-피해자 A씨: 예 여기 못골놀이터 전의 집인데요. 저 지금 성폭행당하고 있거든요.
-접수자: 못골놀이터요?
-A씨: 예, 못골놀이터 전의 집인데 어느 집인지 모르겠어요.
-접수자: 지동요?
-A씨: 예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 못골놀이터 가는 길쯤으로요.
-접수자: 선생님 핸드폰으로 위치 조회 한번만 해볼게요.
-A씨: 네.
-접수자: 저기요 지금 성폭행당하신다고요? 성폭행당하고 계신다고요?
-A씨: 네네.
-접수자: 자세한 위치 모르겠어요?
-A씨: 지동초등학교에서 못골놀이터 가기 전.
-접수자: 지동초등학교에서….
-A씨: 못골놀이터 가기 전요.
-접수자: 누가 어떻게 알아요?
-A씨: 모르는 아저씨예요.
-접수자: 문은 어떻게 하고 들어갔어요?
(신고 접수 44초 후부터 긴급 상황 시 지령실 내부 직원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통신을 공개하는 '긴급 공청' 실시)
-A씨: 저 지금 잠갔어요.
-접수자: 문 잠갔어요?
-A씨: 내가 잠깐 아저씨 나간 사이에 문을 잠갔어요.
-접수자: 들어갈 때 다시 한번만 알려줄래요?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오는 소리)
-A씨: 잘못했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
〈10시 52분 18초. A씨는 신고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으나 A씨의 휴대전화는 꺼지지 않고 현장의 소리를 계속 112신고센터에 전함.〉
-접수자: 여보세요. 주소 다시 한번만 알려주세요.
-A씨: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접수자: 여보세요. 여보세요.
-A씨: 악- 악- 악- 악- 잘못했어요. 악- 악- 악- 악-(신고 1분 21초 경과 시점에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잘못했어요" 반복)
-접수자: 여보세요. 주소가 어떻게 되죠?
-A씨: 악- 악- 악- 악- 잘못했어요 악- 악- 악- 악-
-접수자: 여보세요. 주소가 어떻게 되죠?(반복)
-A씨: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접수자: 여보세요. 여보세요.
(신고 2분 4초 경과 시점에 "찍-찍-〈청테이프 뜯는 소리로 추정〉", "아-,아-" 소리가 반복)
-112신고센터의 다른 근무자: 장소가 안 나와가지고.(신고 3분 44초 경과 시점에 근무자 간 대화)
-A씨: 아- 아파-- 아- 가운뎃손가락….
(신고 4분 30초 경과 시점에 "찍-찍" 소리 계속)
-A씨: 아저씨 아파- 아---, 아--("찍-찍" 소리 계속)
-다른 근무자: 아는 사람인데… 남자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데… 부부 싸움 같은데.(신고 5분 44초 경과 시점에 근무자 간 대화)
-A씨: 아- 아-("찍-찍" 소리 계속.)
〈신고 7분 36초 후인 밤 10시 58분 34초에 전화가 끊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