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20대 여성 납치 살인사건의 범인 조선족 오원춘(42)이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하던 중에도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며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을 감상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또 시신을 토막 내는 과정에서 부엌칼이 무뎌지자 태연히 칼갈이로 갈면서 계속 범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검찰은 오원춘의 추가 범행을 밝히지 못했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지석배)는 26일 오원춘을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오원춘은 지난 1일 오후 10시 30분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 자신의 집 앞에서 전신주 뒤에 숨어 있다 귀가하던 A(28)씨의 목을 감고 입을 막은 뒤 끌고 들어가 성폭행을 시도했으며, 반항하자 둔기로 때리고 목을 졸라 2일 새벽 3~4시쯤에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시체를 조각낸 뒤 대형 비닐봉지 13개에 담아 버리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왜곡된 성생활을 해오던 오원춘이 성폭행을 하기 위해 귀가하던 A씨를 납치했다고 밝혔다.
오원춘은 지난 2007년 9월 입국해 수원·화성·용인·부산·대전·제주·함안·거제 등 전국 각지를 돌며 생활했으며, 매주 한 번 정도 성 매수를 하면서 매달 평균 수입(약 200만원)의 20% 정도를 쓴 것으로 조사됐다.
또 범행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에도 출장 성매매 여성을 집으로 불렀다.
검찰의 모바일 분석 결과 오원춘은 하루 3~4번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을 검색해 감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씨를 납치한 지난 1일에는 모두 39회에 걸쳐 음란 사진을 내려받았고, 시신을 훼손하던 도중에도 담배를 피우며 6회나 음란 사진을 내려받았다. 오원춘의 스마트폰에는 약 700장의 음란 사진이 저장돼 있었다.
오씨는 25세 무렵이던 1990년대 중반 탈북 여성과 결혼했으나 중국 공안에 아내가 붙잡혀 북한으로 송환되는 바람에 파경을 맞았다. 지금은 몽골인 아내와의 사이에 11세 아들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중국인 내연녀와 9개월 동안 동거하다 지난 1월에 헤어지기도 했다.
검찰은 112 신고 녹음 파일에 대한 음성 증폭과 음질 개선 등 정밀 분석을 진행해 오원춘의 목소리 일부가 들리는 것도 확인했다. 녹음 파일에는 오원춘이 "이러면 안 돼. 니 말은 못 믿겠다. 딴 생각하잖아" 등의 말을 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검찰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