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

지난달 1일 발생한 '수원 20대 여성 살해 사건'의 피고 오원춘(42)이 1심 공판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는 재판장이 "성폭행을 시도한 부분은 물증이나 증거 자료가 없는데 왜 인정했느냐"고 묻자 "제가 저지른 죄이고, 피해자에게 미안해서 거짓말하지 않고 모두 자백했다"고 설명했다.
 
11일 오전 수원지법 제11형사부에서는 이 사건의 1심 공판이 열렸다. 오원춘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서자 피해자 A(28)씨의 유족 13명은 "X같은 놈아"라고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었다. 재판장은 유족들을 진정시키느라 공판을 일시 중단시켰다.
 
공판은 30여분 정도 진행됐다. 검찰은 피해자의 '112신고 녹취기록'과 납치 당시 모습이 녹화된 'CC(폐쇄회로)TV' 등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오열하는 유족들과 달리 오원춘은 법정에서 시종일관 태연했다. 그는 담당검사가 공소장을 읽는 것을 무표정한 얼굴로 지켜보았고,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감지도 않았다. 그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경찰에서 살해 동기를 번복한 것에 대해서는 "죄가 가벼워질 것 같아 거짓 진술했다"고 털어놨다.
 
오원춘은 처음에는 피해자와 어깨가 부딪친 후 욕을 듣고 무시 당하자 납치했고, 피해자가 "너는 담력이 없어서 (나를)못 죽일 것이다"고 말하자 화가 나 살해하게 됐다고 진술했었다. 하지만 전봇대 뒤에서 피해자를 기다리는 모습이 담긴 현장 CCTV가 공개되자 "계획된 범죄였다"고 말을 바꿨다.
 
오원춘은 피해자의 시신을 심하게 훼손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분이 나빠 우발적으로 저질렀다. (시체를 처리할)다른 방법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유족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한 유족은 "고개도 숙이지 않는 뻔뻔한 모습에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면서 "법원이 (오원춘이 피해자를 죽인 것과 똑같이)그를 사형시켜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원춘의 2차 공판은 다음달 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이 날은 피해자의 친동생과 오원춘의 국내 친인척 등을 위주로 증인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조선족 오원춘은 지난달 1일 오후 10시 30분쯤 자신의 집 앞을 지나가던 피해자를 납치해 감금하고,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목 졸라 살해했다. 또 살해 뒤 시신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해 유기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