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국회의원이 1993년 발간한 베스트셀러 '일본은 없다'를 쓰면서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소재 등을 일부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전 의원이 표절 의혹을 제기한 재일(在日) 르포작가 유재순(54)씨 등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에서 전 의원 패소로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한 인터넷 매체는 지난 2004년 '일본은 없다'가 전 의원이 KBS 동경특파원 시절 일본에서 친하게 지내던 지인(유재순씨)의 아이디어를 베낀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고, 이에 전 의원은 명예가 훼손됐다며 이 매체 대표와 유씨 등을 상대로 5억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냈다. 유씨는 자신이 출간하려고 준비하던 '일본인 당신은 누구인가?'란 책을 전 의원이 일부 복사해간 뒤 이를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말해왔다.

재판부는 "유씨가 르포작가로 활동하면서 일본 사회의 문제점에 관한 책을 발간하기 위해 준비를 해왔고, 전 의원이 도쿄특파원으로 근무할 때 유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빈번한 접촉을 해 온 점, 유씨 자료 중 잘못된 내용이 이 책에 그대로 인용된 점 등에 비춰보면 전 의원이 유씨에게서 전해 들은 취재 내용과 소재, 아이디어 등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또 인터넷 매체가 전 의원에 대해 '거짓말의 천재' 등으로 표현한 부분에 대해서도 "언론이 수사적으로 과장해 표현한 것은 넓게 용인돼야 한다"며 명예훼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전 의원은 2007년 7월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으나 2010년 1월 2심에서 또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1993년 11월 발간된 '일본은 없다'는 100만 부 이상 팔리면서 전 의원을 대중작가 반열에 올렸고, 정치 입문도 가능케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씨는 본지에 "전 의원은 국민을 기만한 데 대해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며 "피해보상을 받는 방안을 변호사와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