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은 일찍이 한국에서 눈에 띄었던 감독이에요. 그의 영화는 예술성과 상업성을 함께 갖추고 있어 차별화가 됐죠."
한중 합작 영화 '위험한 관계'의 제작사 존보미디어 천웨이밍 대표가 허진호 감독에 대해 내린 평가다.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성취를 보여준 영화들을 소개하는 '감독 주간'에 초청돼 24일 현지에서 첫선을 보인 '위험한 관계'는 18세기 프랑스 동명 원작 소설을 1930년대 상하이로 배경을 옮겨 만든 영화.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장동건·장바이쯔·장쯔이 등 한중 톱스타들이 주연을 맡았다. 25일 프랑스 칸영화제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허 감독과 장바이쯔, 천웨이밍 대표가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
'위험한 관계'는 허 감독이 전작(前作) '호우시절'(2009)에 이어 또다시 중국의 존보미디어와 함께 작업한 작품. 존보미디어에 따르면 영화의 제작비는 2억위안(약 370억원)으로, 역대 한국 영화 중 최고 제작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강제규 감독의 '마이 웨이'(270억원)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투입됐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등 중소 규모 영화를 만들어온 허 감독에게 연출을 맡긴 이유에 대해 천 대표는 "'호우시절' 제작 당시 허 감독에게 세 가지를 부탁했다. 정해진 예산과 시간 내에 상업성까지 갖춘 영화를 만들어달라고. 모든 걸 정확하게 지킨 그에게 신뢰가 생겼다"고 했다. 허 감독은 "중국의 영화 산업이 발전하고 있고 큰 예산의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감독과 배우는 부족하다. 그래서 한국 감독과 스탭들이 중국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아 질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2차대전 당시 돈과 권력을 모두 거머쥔 상하이의 모지에위 부인(장바이쯔)이 당대 최고의 플레이 보이 세이판(장동건)에게 뚜펀위 부인(장쯔이)을 유혹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세 사람 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은 미국 로저 컴블 감독의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 등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허 감독은 "원작이 있는 영화를 한 번도 해보지 않는 데다 이미 영화로 몇 번 만들어진 작품이라 망설였다. 그러나 남녀 간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원작소설을 읽어보니 멜로 드라마를 만들어왔던 나에게 익숙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송해성 감독의 '파이란'에서 청순한 역할을 맡았던 장바이쯔는 이번 작품에서 주변 인물을 파멸로 몰고 가는 악역으로 등장한다. "내가 연기한 모지에위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사랑받고 싶어하는 외로운 여자"라고 했다. "어찌 보면 모지에위는 요즘 한국, 미국, 중국 할 것 없이 대도시에 사는 여자들과 비슷해요. 화려해 보이지만 스트레스 많이 받고 외로운 여자들 말이에요."
그는 '무극'(2006)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 장동건에 대해 "처음 만났을 때는 조용하고 편안한 성격이라 좋은 오빠 같았다. 7년 뒤 아이 아빠가 된 뒤에 다시 보니 더 성숙하고 매력적인 남자로 변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