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너그러운 한국에서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 다른 나라에선 심각한 범죄가 되고, 때로는 국가 이미지마저 심각하게 망가뜨린다. 이런 일에 관광객뿐 아니라 교민, 주재원과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들까지 연루되고 있다.
작년 6월 13일 중국 BTV(베이징TV) 아침뉴스에 만취 상태로 울고 있는 한 한국인이 등장했다. 화면 속 뉴스 앵커가 "상당히 '출중한' 운전사가 있다. 술을 마시고 사람을 친 것도 모자라 손찌검까지 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화면에 경찰차 안에서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한 10대의 얼굴이 등장했다. 앵커는 "베이징에서 유학 중인 19세 한국 유학생"이라고 강조했다. 만취 상태인 허모(19)씨는 이날 오전 4시 베이징 하이뎬구(海淀區)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행인을 들이받고 난 뒤 피해자에게 손찌검을 해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서에서 측정한 허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192.2㎎. 중국의 음주운전 측정 기준인 100mL당 80㎎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허씨는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았다. 보도가 나가자 관련 동영상은 '한국 유학생 술 취해 오토바이 몰고 사람 치어, 때리기도'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유포됐고, 비난성 댓글이 쏟아졌다. 중국의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엔 "한국인의 주량은 어마어마할 뿐 아니라 개개인이 모두 '술귀신'이다. 한국인이 '한잔해야지?'라고 묻는 것은, 중국에서 '밥 먹었니?'와 같은 인사"라는 글도 올랐다.
외교관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서 한국총영사관 소속 영사로 파견됐던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A 영사가 만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렸다. 현지 경찰은 외교관 신분인 A씨를 체포할 수 없었다. 대신 연방 정부에 이 사실을 알렸고, 미국 국무부를 거쳐 사실을 통보받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A씨를 파견 해제시켰다. 2010년 5월엔 주독 대사관 공사 참사관 B씨가 만취 운전을 하다 베를린 남쪽에 위치한 크로이츠 베르크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독일 언론은 당시 B 참사관이 경찰에게 "난 외교관이기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을 수 없다"면서 "사고 수습을 경찰에게 맡긴 채 2차 장소로 걸어갔다"고 전했다. 이듬해 11월엔 주독 한국문화원장 C씨가 술에 취해 주차장에 있는 차량 4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음주가 엄격히 금지된 이슬람 국가에 소주를 반입하다가 세관에 적발돼 태형 50대를 맞게 된 주재원도 있다. 작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현장에 1년 동안 파견을 나가게 된 직장인 D씨는 사우디아라비아 공항에서 팩소주 37개를 반입하려다 세관에 적발됐다. D씨는 순순히 압류에 응하지 않고, "이건 술이 아니다. 한국의 음료수다"라고 말한 뒤 그 자리에서 팩소주 마개를 열고 벌컥벌컥 마셨다. 당황한 세관 직원이 주류를 밀반입한 혐의로 D씨를 검찰에 신고했고, D씨는 재판에서 태형 50대와 2개월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현지 검찰이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항고해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작년 8월 스웨덴에선 낮술을 마신 한국 남성이 현지 여자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함께 사진을 찍으려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당시 가이드 윤모(56)씨는 "어린아이들의 사진을 함부로 찍는 것도 불법인데 술을 마신 채 어깨를 감싸 곤욕을 치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