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아파트 6층 베란다에서 떨어진 4살짜리 어린이를 때마침 이곳을 지나던 이웃 주민이 두 팔로 받아내 목숨을 구했다.
25일 대구 성서경찰서와 달서소방서에 따르면, 23일 오전 8시 13분쯤 대구 달서구 용산동 한 아파트 6층 박모(29)씨의 집에서 박씨의 아들 남모(4)군이 베란다를 딛고 올라섰다. 무려 15m 높이였다. 어머니 박씨가 창문을 열고 베란다에 서서 이불을 털던 중 이불이 창밖으로 떨어져 주우러 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머니 박씨는 "○○아! 안으로 들어가. 빨리 들어가. 위험해" 하고 고함을 치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이때 이곳을 지나던 아파트 주민 이준희(49·사진)씨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 "어! 어! 안 돼, 안 돼" 하는 사이 남군이 떨어졌고, 이씨는 화단으로 자기 몸을 던졌다. 양팔을 벌려 자신의 품으로 남군을 받아냈다.
추락의 충격으로 남군은 코피가 흐르고, 귀 뒷부분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지만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군을 받은 이씨도 별다른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계명대 김경찬(56·물리학) 교수는 "4살 남아의 평균 몸무게를 15㎏ 정도로 계산하면 15m를 추락할 경우 시속이 60㎞에 달하게 된다"며 "뻣뻣하게 서서 받았으면 팔이 부러질 정도의 충격이 왔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를 받은 시민이 순간적인 운동신경으로 아이를 안으면서 살짝 주저앉는 등 충격을 완화시켰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자신이 다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몸을 던져 아이를 자신의 품으로 받아낸 시민의 용기가 아니었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