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은 '테드'(목소리 세스 맥팔레인). 완구로 유명한 하스브로사의 한 공장에서 태어났다. 테드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여덟 살짜리 '왕따' 존(마크 월버그)이 '테드가 말 좀 하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비는 바람에 생명력을 얻었다. 둘은 단짝 친구가 됐다.

여기까지가 전체 관람 가(可)다. 미국 출신 세스 맥팔레인 감독의 영화 '19곰 테드'는 제목 그대로 곰인형을 주인공으로 한 성인용 영화다. 인간과 똑같이 움직이는 곰인형은 '모션 캡처'(몸에 센서를 달아 인체 움직임을 디지털 형태로 옮기는 작업) 방식에 따른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했다. 밤갈색 털에 동그랗고 까만 눈, 한번 만져보고픈 토실토실한 엉덩이까지 생김새로만 보면 테드는 순수하고 귀여운, 어린이의 친구다. 그러나 존이 35세가 될 때까지 함께 붙어 살다 보니 그도 철없는 남자가 돼버렸다. 음담패설과 욕지거리는 기본이고 술과 마리화나를 입에 달고 산다.

UPI 제공

존도 테드랑 놀다가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질 못한다. 30대 중반이면서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려 하지도 않고 여자 친구 로리(밀라 쿠니스)와 정착할 생각도 없다. 테드는 존의 또 다른 자아나 마찬가지다. 테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몸은 다 컸으면서 책임감 있는 인간이 되길 거부하는 어른들의 자아다.

결국 존과 테드는 공짜로 어른이 될 수 없단 걸 깨닫는다. 어른이 되기 위해선 어린 시절의 추억과 동심, 심지어는 어릴 적 맺었던 관계를 희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장통을 한 번씩 겪어본 관객이라면 테드와 존이 멀어지는 순간 마음이 착잡해질 것이다.

테드와 존이 펼치는 유머는 미국식 코미디다. 한국 관객이 100% 이해하고 따라 웃기는 힘들다. 여성을 대상으로 던지는 성적 유머는 일부 관객에게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음란한 곰인형'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정치적 올바름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면 곰인형 '테드'가 갖고 싶어질 것이다.

27일 개봉. 19세 이상 관람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