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 황제와 황태자는 그들의 사진을 나에게 주었다. 두 사람은 애처롭고 둔감한 모습이었으며, 황실의 앞날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1905년 9월 시어도어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의 딸 앨리스 루스벨트(1884~1980)가 아시아 순방단의 일원으로 대한제국을 방문했다. 조미수호통상조약(1882)에 따라 미국이 대한제국을 도와주리라 기대한 고종은 '미국의 공주'인 앨리스를 융숭히 대접한 후 자신과 순종의 사진을 선물했다. 그러나 아시아 순방단은 이미 도쿄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보호권을 인정하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체결하고 온 후였다.
그 사진 두 장이 107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은 내년 1월 13일까지 덕수궁 분관에서 열리는 '대한제국 황실의 초상: 1880-1989' 전시를 통해 이 사진들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현재 미국 스미스소니언 프리어 재클러 갤러리가 소장한 이 사진들은 5년 전 앨리스 루스벨트의 손녀 집 지하실에서 찾아낸 것.
전시에는 이 밖에 아직 명확하게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명성황후 추정 논란을 빚은 여성 사진 3점, 흥선대원군, 덕혜옹주 사진 등 200여점의 대한제국 황실 사진이 나온다. (02)218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