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늑대소년'이 한국 멜로 영화로는 최초로 600만 돌파를 이뤄낸다. 이 같은 진기록을 세우고 있는 '늑대소년'은 단순한 숫자의 가치 외에도 짚어볼 만한 의미가 있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통합전산망의 집계 결과에 따르면 '늑대소년'은 24일 전국 23만 6726명의 관객을 더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누적관객수는 581만 3832명. '돈 크라이 마미'에 빼앗겼던 1위를 탈환하며 눌리지 않는 기세를 보여주는 '늑대소년'은 이로써 이르면 25일 600만 돌파가 확실시된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천만 관객을 동원한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흥행 톱3에 오르게 된 '늑대소년'은 700만 돌파도 충분히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기록과 함께 '늑대소년'이 한국영화계에 던진 새로운 진가는 무엇이 있을까?

1. 척박한 판타지 토양에 단비

'늑대소년'은 2012년, 척박하다고 할 수 있는 한국영화 판타지 장르에 단비를 내려준 작품이다. 그간 한국영화에서 판타지는 SF나 드라마와 조합해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이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작품은 없었다. 관객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미끄러지고 만 것.

하지만 '늑대소년'은 1020 여심을 사로잡으며 한국 판타지 영화도 충분히 상업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더욱이 올해 몇 해 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멜로 장르가 유난히 두드러졌던 것과 더불어 '판타지 멜로'라는 장르는 한국영화계에 또 다른 가능성을 확장했다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할리우드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 같은 영화를 보며 부러워만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2. 스크린 젊은 피 수혈
 
영화계는 브라운관과는 다르게 20대 배우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다. 40대 이상 영화배우들이 톱 A급으로 선전하고 있고, 20대 배우들의 위치가 좁은 상황에서 송중기, 박보영, 유연석은 20대 배우로서 흥행을 주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2004년 개봉한 영화 '늑대의 유혹'이 장르는 다르지만 '늑대소년'과 흥행 포인트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젊은 여성들의 입맛에 맞으면서 30대 이상 여성들의 판타지까지도 자극한다는 점이 그렇다. 특히 이 영화로 강동원처럼 , 10대들의 열광들의 지지를 받으면서도 폭넓은 여성팬들 보유하며 충무로에서 존재감을 넓혀간 강동원처럼 송중기 역시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지난 해 '완득이'의 유아인이있었다면 올해는 송중기라는 평가. 그런가하면 박보영은 지난 2008년 개봉한 '과속스캔들' 이후 또 한번 잿팟을 터뜨리면서 최연소 스크린퀸으로 등극했다. 박보영의 경우는 '과속스캔들'과 '늑대소년'이 한국영화계 코미디, 멜로 부분에서 각각 1위를 기록하며 역대 1위 2관왕을 이뤄냈다.

3. 극장가 비수기의 종말 선언

2012년 '늑대소년'의 선전은 완전한 극장가 비수기의 종말을 뜻한다. '늑대소년'은 전형적인 비수기로 불리는 11월 극장가에서, 쟁쟁한 한국영화들과 화제의 외화들이 대거 개봉하는 경쟁상황에도 불구하고, 4주차 평일에도 10만여명을 동원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수능특수'를 입긴 했지만, 다른 영화들을 밀어내고 '늑대소년'이 혼자 그 특수를 독식 했다는 것은 콘텐츠의 힘을 증명한다. '늑대소년'의 흥행을 보면 더 이상 영화가 계절탓이나 시기 탓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독립영화계의 천재라 불렸던 신인 조성희 감독이 첫 상업영화에 성공을 거두며 앞으로 주목할 만한 젊은 감독으로 등극했다는 점, 할리우드 판타지 멜로 '트와일라잇'의 마지막 시리즈 '브레이킹던-파트2'와의 전면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점 등도 눈에 띄는 면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