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측의 ‘카툰(cartoon) 대변인’인 백무현 화백이 박정희 전(前) 대통령 시해 사건이 발생한 10·26 사태가 없었다면, 수십만 명의 부산 시민들이 학살됐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만평을 최근 문 후보 측 ‘시민캠프’ 홈페이지에 올려 논란이 예상된다.

이 만평은 시민캠프 홈페이지 ‘만화 문재인’의 ‘백무현 만평’ 페이지에 올라왔다. 만평은 ‘1979년 10월 26일 저녁 6시, 대통령 박정희는 궁정동 안가에서 딸보다 어린 여대생 모델을 끼고 양주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는 글로 시작된다.

백무현 화백이 '시민캠프'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30일 오후 삭제한 '10·26' 만평.

이후 만평에서는 차지철 당시 경호실장이 부마항쟁(釜馬抗爭)을 두고 ‘탱크로 밀어 캄보디아에서처럼 200만~300만명 죽으면 조용해진다’고 말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차 전 실장을 총으로 쏘고, 이후 박 전 대통령까지 시해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총을 맞고 쓰러진 박 전 대통령 그림 밑에는 ‘국민 2,3백만명을 죽이면 조용해진다는 박정희 권력…. 만약 이 사태가 아니었으면 수십만 명의 부산 시민들은 학살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문 후보 측은 30일 오후 이 만화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백 화백이 올린 작품 중에는 박 전 대통령을 박 전 대통령이 만주 군관 시절 고친 일본식 이름인 것으로 알려진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라고 부르는 만화도 나온다. 이 만화에는 일본 전통 의상을 입은 일본인들이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며 “경하드리오무니다 천황 폐하! 드디어 우리 황군장교 출신 다카키 마사오의 따님이 대통령 당선을 눈 앞에...”, “이제 독도는 우리 땅!” 이라고 말하는 것이 그려져 있다.

이 만화에는 “근거없는 이런 네거티브는 10년 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끝난 거 아니었나요” “이런 만화는 교묘하게 문재인 표를 잃게 만들려는 속셈 같다” “정말 실망이네요…. 진보면서 과거에 파묻혀 헤매는군요” 등 주로 비난하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카키 마사오'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부르는 만평.

역대 대통령의 일대기를 만화로 그려낸 것으로 유명한 백 화백은 지난달 문 후보 캠프에 합류, `카툰 대변인'으로 변신해 문 후보의 삶을 만화로 출간했다. 지난 25년간 시사만평가로 활동했던 백 화백은 문 후보가 민주당 경선 출마를 선언할 때쯤, 문 후보의 일대기를 그리려고 신문사에서 사직했다.

백 화백은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후보 캠프 합류 소식을 밝히며 "기존 대변인들이 논평을 내고 정당끼리 말싸움하는 형식이라면 나는 카툰으로 자유롭게 말하겠다"며 "'카툰 논평'은 우리 정당 사상,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처음 탄생하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백 화백은 또 "문 후보는 내가 카툰 논평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좋아하며 '당규나 금기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논평해달라. 대변인을 포함해 언론은 자유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했었다.

박건웅 화백이 올린 만화 '차렷땡'의 일부 컷.

또 문 후보 측 멘토단에 속해 있는 박건웅 화백은 ‘차렷땡’이라는 제목의 만평을 시민캠프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30일 오후 삭제했다. '차렷땡'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태극기의 태극문양 대신 붉게 칠한 원을 넣어 일장기를 연상케하는 국기에 차렷을 하도록 강요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일본군이 운영하던 만주군관학교 출신이라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 화백은 만화 삭제 후 홈페이지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박 화백은  “만화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파 행적을 강조하다보니 유신 당시의 태극기를 일장기로 표현해 보았던 것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표현에 거부감을 느끼셨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으셨다면 유감의 마음을 표합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