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와 여성가족부가 우리나라의 고(高)비용 결혼 문화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펼치고 있는'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캠페인이 최고경영자(CEO)와 고위 관료 등 사회 지도층에게도 번져가고 있다.

국내 주요 CEO 교육기관 중 한 곳인 '코리아CEO서밋(Korea CEO Summit)'이 본지의 캠페인에 동참했다. 박봉규 코리아CEO서밋 이사장은 2일 "진정한 품격은 허세가 아니라 겸손에서 우러나온다"면서 "앞으로 신입 회원을 받을 때 '자기 자식부터 작은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약속을 하자'고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아CEO서밋은 대기업 CEO와 전·현직 장·차관, 대학교수 등 각계 지도층 인사들이 정기적으로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듣고 토론도 하는 모임이다. 1년에 2번 5개월씩 다양한 강좌를 운영한다. 지금까지 총 800여명이 가입했다.

코리아CEO서밋은 "회원 대부분이 크고 작은 조직을 이끌고 있다"면서 "각자 자기 혼자 작은 결혼식을 실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작은 결혼식 문화가 퍼져 가도록 실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업 CEO 및 공공단체 기관장, 교수 등이 가입한 모임인 코리아CEO서밋 회원 8명이 본지와 여성가족부가 함께 펼치는‘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캠페인에 참여하기로 하고‘작은 결혼식’증서를 내보이고 있다. 왼쪽 윗줄부터 이경옥 동구제약 회장,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박종배 드림월드 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박봉규 이사장, 박용득 중앙고속 대표, 장태평 한국마사회 회장, 김일호 오콘 대표, 박홍진 엘티에스 대표.

올 하반기에 코리아CEO서밋에 가입한 장태평(63) 한국마사회 회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맨 먼저 "우리 기수는 나부터 시범을 보이겠다"고 나섰다.

장 회장은 "아들(30)·딸(31) 결혼시킬 때 양가 가족과 가까운 친척, 신랑·신부 친구들만 초대해 작은 결혼식을 올리겠다"면서 "일반인도 쉽게 작은 결혼식을 실천할 수 있도록 마사회가 운영하는 전국 30개 장외 발매소를 예식 공간으로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장 회장은 "마사회를 더 이상 경마하고 말만 보러 가는 곳으로 생각하지 말고, '작은 결혼식 돕는 기관'으로 생각해달라"고 했다. 마사회 장외 발매소는 대부분 150~200석 규모다. 시설이 쾌적할 뿐 아니라, 서울 영등포구·동대문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교통이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장 회장은 "장외 발매소는 매주 금~일요일에만 운영하기 때문에, 평일 저녁 작은 결혼식을 올리기에 안성맞춤"이라면서 "경마를 하지 않는 일반인도 누구나 손쉽게 마사회 장외 발매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또 지난 88년부터 경기 과천시 경마공원(13만2000㎡·4만평)을 야외 전통 혼례식장으로 무료 개방하고 있다. 장 회장은 "앞으로 경마공원을 사계절 예쁜 꽃을 볼 수 있는 자연 공간으로 가꾸고 결혼식에 필요한 비품도 보강할 계획"이라고 했다.

장 회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경제기획원에 근무할 때,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부인과 서울 시내 한 예식장에서 조촐하게 식을 올렸다. 그는 "우리 때는 검소하게 결혼하는 게 당연했는데, 요즘은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 되어버렸다"면서 "이런 풍습은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화훼 산업은 매출 절반 이상이 결혼식·장례식에서 나오더라"면서 "화훼 산업이 정말 잘되려면, 국민이 평소에 남을 축하하거나 위로할 때 꽃 선물을 즐겨 해서 꽃 소비가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경제연구원장), 김일호 오콘 대표('뽀로로' 제작자), 박용득 중앙고속 대표, 박종배 드림월드 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박홍진 엘티에스 대표, 이경옥 동구제약 회장(가나다 순)도 동참했다. 이들 모두 "내 자식만 작은 결혼식을 올리고 끝날 게 아니라, 직원들과 제자들도 따라올 수 있도록 적극 권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