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미국 뉴욕시가 4일 하루종일 이 질문으로 들끓었다.

사건은 전날 한국인 남성 한기석(58)씨가 뉴욕 맨해튼 한복판의 지하철역에서 나임 데이비스(30·사진)라는 남성에게 떠밀려 선로에 추락, 열차에 치여 숨지면서 시작됐다. 한씨는 플랫폼에서 지나다니는 승객들에게 욕설을 하며 행패를 부리던 데이비스를 제지하려다 변을 당했다.

사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것은 하루가 지난 4일 아침이었다. 타블로이드 신문 뉴욕포스트가 1면에 한씨가 전동차에 치이기 직전의 모습을 담은 프리랜서 사진기자의 사진을 실은 것이 계기가 됐다. 사진 속의 한씨는 선로에서 가슴 높이의 플랫폼에 양팔을 걸친 채 바로 앞까지 다가온 열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 위에는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이 남성은 곧 죽는다', 'DOOMED'(죽을 운명에 놓였다)라는 굵은 글씨의 제목이 인쇄됐다.

처음에는 자극적인 제목이 문제가 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판은 점차 현장에 있었던 사진기자 우마르 압바시, 그리고 당시 열차를 기다리던 다른 승객을 향했다. 주위 사람 누구도 한씨를 돕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씨가 선로에 추락한 뒤 열차에 치이기까지는 약 10~15초의 시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NBC방송 '투데이쇼'는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있었다. 왜 그들은 한씨를 끌어올리지 않았을까"라고 지적했다. CNN의 솔대드 오브라이언은 "상황이 끔찍하게 충격적이다. 당신의 부모·형제가 선로에 있었다고 생각해보라"고 했고, 래리 킹은 트위터로 "뉴욕포스트가 지나쳤다고 생각하나요?"라고 물었다. 트위터에도 뉴욕포스트와 압바시를 향해 "역겹다. 기본적인 도덕도 없는 것 같다" 등의 비난이 쇄도했다.

3일 오후 뉴욕 맨해튼의 한 지하철역에서 열차에 치여 숨진 한기석씨의 사고 직전 상황. 이를 촬영한 사진기자와 주변에 있던 사람 누구도 한씨를 돕지 않았다는 사실에 현지 언론과 네티즌들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작은 사진은 이 사진이 실린 4일자‘뉴욕 포스트’1면이다.

압바시는 비난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사고 당시 자신은 한씨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항변하면서 "(한씨가 떨어지자) 사람들은 도망가기 시작했다. 아무도 돕지 않았다"고 다른 승객을 비판했다. 문제의 사진은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 열차 기관사에게 정지 신호를 보내는 과정에서 우연히 찍힌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영웅은 없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독자를 향해 "당신이 선로에 떠밀렸다면 어땠겠는가? 당신이 그 흑인 남성 곁에 서 있었다면 어땠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승객이 "나는 잘못한 게 없다. 사건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역시 현장에 있었던 한 49세 승객은 "한씨는 좋은 일을 하려다 변을 당했다. 그 사람 하나 끌어올릴 만큼 힘센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