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도 대중문화계 곳곳에서 발생한 뉴스 덕분에 조선일보 대중문화부는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끼와 노력으로 대중을 감동시킨 '진짜' 스타들이나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로 이름이 오르내린 이들이나 모두 뉴스의 주인공이었다. 본지 대중문화부가 올해 화제의 인물들을 선정해 14개 부문 '패러디상'을 수여한다. 트로피를 원하는 수상자들은 본사 편집국으로 찾아오시길.
◇개과천선한 칭기즈칸상: 싸이
데뷔 첫해인 2001년 말 가수 싸이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체포돼 유죄가 확정됐고, 2007년에는 병역 비리 의혹에 현역으로 재입대했다. 그 싸이가 올해 '강남스타일' 한 곡으로 유튜브 조회 수 10억 건을 돌파하며 월드스타가 됐다. 말 타고(말춤) 세계를 정복하며 '갈 데까지 갔던' 칭기즈칸의 기세를 싸이에게서 본 한 해였다.
◇권토중래상: 김기덕
김기덕 감독은 9월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작품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영화계에 화려하게 재(再)등장했다. 정규교육을 받지 않아 '영화계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았던 김 감독은 한국 영화감독 최초의 세계 3대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자가 됐다.
◇올해의 방화범상: 김수현·송중기
올해 여성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 두 남자. 이들의 곱상하고 귀여운 외모와 가끔 흘리는 남성성에 여성 팬들의 심장은 활활 불타올랐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상반기는 김수현이, 하반기는 드라마 '착한남자'와 영화 '늑대소년'의 송중기가 나눠 먹었다는 말이 돌 정도.
◇비극의 엄지공주상: 아이유
엄지손가락 잘못 놀린 대가가 이리도 클 줄이야. '국민여동생' 아이유는 11월 슈퍼주니어 멤버 은혁과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10대 나이에 '애정 스캔들'의 주인공이 됐다.
◇뛰는 1등 위에 나는 2등 상:버스커버스커·이하이
누가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고 했던가. 버스커버스커는 작년 11월 '슈퍼스타K3' 결승전에서 울랄라세션에 이어 준우승을 했지만 '벚꽃엔딩' '여수밤바다' 등 데뷔곡들로 상반기 음원 시장을 휩쓸었다. 'K팝스타' 결승전에서 박지민에게 우승을 내준 이하이도 싱글 '원투쓰리포'를 내자마자 올해 최고의 신예로 떠오르며 비슷한 시기 데뷔한 박지민을 압도했다.
◇올해의 헌터상:이병헌
배우 이병헌은 올해 '일'과 '사랑'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 그것도 아주 토실토실한 토끼 두 마리다. 먼저 1000만 관객 동원 영화 '광해'에서 왕과 광대의 1인 2역을 맡아 연기력과 티켓 파워를 모두 인정받았다. 여기에 띠동갑인 배우 이민정과의 열애가 알려지면서 남성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게 됐다.
◇타임머신 파일럿상: 수지·정은지
이들만 보면 아련해진다. '건축학 개론'의 수지와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는 올해 1990년대 복고 현상을 이끈 작품의 주인공들. 긴 생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수지의 모습에 남자들은 첫사랑을, 부산 '가스나'(계집애의 사투리) 정은지를 보면서 여자들은 H.O.T나 젝스키스에 열광하던 여고 시절을 떠올렸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났기 때문에 삐삐도, H.O.T의 전성기도 접한 적이 없다고 한다.
◇최고의 내면 연기상: 브라우니
"물어!" 어떤 명령·회유·협박에도 이 견공은 털끝 한 올 꼼짝하지 않으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시청자들은 개그콘서트 '정여사'의 강아지 인형 '브라우니'의 내면 연기에 배를 쥐고 웃었고. 브라우니 인형은 올해 최고 인기 완구 상품이 됐다.
◇최고 男男커플상: 손현주·김상중
올해 최고 드라마 연기자를 얘기하면서 이 두 40대 아저씨를 빼놓을 수 있을까. 드라마 '추적자'의 김상중과 손현주. 연극배우 시절부터 우애를 다져와 '눈빛만으로도 통한다'는 두 배우는 "용서도 힘있는 사람만이 하는 거야" 같은 명대사들을 쏟아내며 시청자를 매혹했다.
◇가수 '공공의 적'상: 용감한녀석들
박성광, 신보라, 정태호, 양선일 등 네명의 개그맨이 뭉친 '용감한녀석'들은 힙합 리듬을 접목한 코미디가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끌자 정규 앨범까지 출시해 음원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개가수(개그맨+가수)' 열풍이 불며 가수들의 시기 어린 눈총을 받았던 이들은 "앨범을 끝으로 가수 활동을 은퇴하겠다. (가수들에게)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살아있네'상: 전지현
끼도, 몸매도 여전히 살아있다. 전지현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로 '21세기 아이콘'이자 남성들의 이상형이 됐지만, 그 이후 10년 동안 출연한 영화마다 흥행에 실패했다. 그러다 역대 한국 영화 흥행 1위에 오른 '도둑들'의 '예니콜'로 자신의 귀환을 알렸다. "너 이 XX, 키스할 때 입술에 힘 좀 빼라" 같은 대사를 입에 딱 붙도록 차지게 표현하고, 와이어 액션까지 우아하게 해내며 전지현은 몸으로 '나는 살아있다!'를 외쳤다.
◇'뚱뚱해서 행복해요'상: 김준현
육중한 몸매에, 땀을 뻘뻘 흘리며 볼록 튀어나온 배를 들이대던 개그맨 김준현은 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고뤠~?"를 외치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올해 각종 예능프로그램과 CF에서도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은 그는 이제 "그래 나 뚱뚱하다"는 '비만 개그'까지 선보인다.
◇바가지 유발상: 유준상
평균 시청률 33.1%를 기록한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귀남(유준상)은 주부들에게는 환상을, 남편들에게는 분노를 안겨주었다. 극 중 방귀남이 보여준 다정다감하고 아내를 극진히 배려하는 '모범 남편'의 모습을 보고 바가지를 긁지 않은 아내들은 없었다고 한다.
◇부뚜막에 올라간 고양이 상: 승리
아이돌그룹 '빅뱅'의 막내 승리(22)는 국내에선 스캔들 한 번 안 내더니 해외에서 자유로운 성(性)의식을 드러냈다. 일본의 한 잡지에는 웃통을 벗은 채 침대에 누워 잠자는 사진과 함께 그와 하룻밤을 보냈다고 주장한 여성의 인터뷰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