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표재민 기자] 개그맨 박명수(42)가 데뷔 20년 만에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혹자는 캐릭터대로 만년 2인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했다. 하지만 박명수는 보란듯이 지난 29일 2012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1인자로 우뚝 섰다.
대상을 수상하기까지 꼬박 20년이 걸렸다. 그는 1993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한 후 가수 이승철의 성대모사와 쌍꺼풀 수술 경험을 개그소재로 활용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래도 톱개그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를 톱개그맨으로 만든 프로그램은 뭐니 뭐니 해도 ‘무한도전’이다. 박명수는 2006년 ‘무한도전’에 합류하면서 복식호흡이 동반되는 호통을 치는 개그로 전성기를 누렸다. 메인 MC 유재석을 1인자로 표현하고 자신을 2인자로 정의를 내린 것 역시 처음에는 웃기기 위한 방안이었다.
‘무한도전’을 통해 인기를 누린 박명수는 메인 MC로 나선다. 유재석 없이 KBS 2TV ‘경제비타민’(2006), MBC ‘지피지기’(2007) ‘아인슈타인’(2007), SBS ‘밤이면 밤마다’(2010) 등을 진행했지만 MC로서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인기를 얻기 위해 내세웠던 2인자라는 별명은 이때부터 박명수의 발목을 잡는다.
그는 지난 10월 20일 방송된 ‘무한도전’ 300회 특집에서 “1인자, 2인자라는 키워드를 만든 게 3년 전”이라면서 “웃기려고 했는데 이제는 평생 2인자라는 이야기를 한다. 누구나 꿈이 있다. 나도 열심히 하면 충분이 최고의 자리가 가능하고 대상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심경을 고백한 바 있다. 그동안 줄곧 ‘무한도전’을 통해 농담소재로 활용됐던 2인자라는 족쇄를 풀기 위한 날개짓이었다.
말하는대로 꿈은 이뤄졌다. 올해 박명수는 MBC 직원이라고 불릴만큼 위기에 빠진 MBC 예능 프로그램 살리기에 나섰다. ‘무한도전’을 비롯해서 ‘일밤-나는 가수다2’, ‘일밤-매직콘서트 이것이 마술이다’, ‘최강연승 퀴즈쇼Q’를 진행했다.
굳이 출연할 이유가 없는 공개 코미디 ‘코미디에 빠지다’에 참여하며 후배들을 위해 팔을 걷어올렸다. MBC는 이런 박명수의 공로를 잊지 않았다. 그의 대상 수상은 결코 이변이 아니었다.
박명수는 친정 MBC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신인 개그맨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남겼다. 그는 “대상을 내게 준 이유를 알고 있다”면서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다. 더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여러분들은 20년이 되기 전에 받을 것”이라고 감동적인 말을 했다.
박명수는 끊임없는 도전을 하기로 유명하다. 방송활동 외에도 음반 발매를 꾸준히 하고 있는 어엿한 중견가수다. 지금까지 8장의 음반을 내며 ‘바다의 왕자’, ‘탈랄라’, ‘냉면’, ‘바람났어’ 등의 히트곡을 쏟아냈다.
여기에 지난 10월부터는 작곡가로 변신했다. 이미 ‘무한도전’ 연말공연인 ‘박명수의 어떤가요’를 통해 6곡을 탄생시켰다. 박명수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덕분에 대상을 수상했다. 1인자로 우뚝 선 박명수의 다음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