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규모 보수공사를 진행 중인 프랑스 파리 '리츠호텔'에서 17세기 유명화가 샤를 르브룅(1619~1690)의 유화가 발견됐다고 AFP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FP에 따르면 그림은 세계적 명품기업 샤넬 창업자 코코 샤넬이 과거에 30년 이상 머물렀던 스위트룸에서 나왔다.

그림 속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 공주인 폴리크세나가 제물로 바쳐진 모습이 담겨있다. 샤를 르브룅은 '태양왕' 루이 14세 왕정에서 궁정화가로서 베르사유 궁전 내부 장식을 지휘했다.

그는 프랑스 왕립 회화조각 아카데미의 창립 멤버이자 학장으 프랑스의 국가 미학을 정립하는 데에도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고미술 전문가들은 리츠호텔에서 발견된 유화는 르브룅이 궁정화가로 일하기 전 그렸던 초기 작품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 그림이 어떤 경위로 호텔에 오게 됐는지는 완전한 미스테리로 남아있어 전세계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리츠호텔 기록 보관소에서조차 작품과 호텔의 관계를 추정할 어떤 단서도 찾아볼 수 없다. 크리스피 경매장 미술 담당 조지프 프리드먼은 "코코 스위트룸에서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며 "그만큼 강렬한 느낌을 뿜어내는 작품이다"고 AFP에 말했다.

프리드먼은 "그림에 샤를 르브룅의 작품임을 뜻하는 'CLBF'가 새겨져 있고, 작품 완성 날짜는 1647년이다"며 "놀라운 색채와 동선 표현을 봐서는 (17세기 프랑스 유명화가) 니콜라 푸생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 경매는 이 그림을 '폴리크세나의 희생'으로 명명하고 다음 주부터 미국 뉴욕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그림은 이후 4월 다시 파리로 돌아와 경매에 부쳐진다. 예상 낙찰가는 최대 50만유로(약 7억원)에 이른다.

리츠호텔 건물은 1705년부터 파리 중심부 방돔광장을 지켜온 곳이다. 건립 초기에는 프랑스 귀족이 거주하다 1898년 스위스 호텔업자 세자르 리츠가 이 건물을 인수해 자신의 이름을 따 호텔로 탈바꿈 시켰다.

리츠호텔은 코코 샤넬을 비롯해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유명인들이 애용했으며, 특히 고(故) 다이애나 영국 전 왕세자비와 애인 도디 알 파예드가 교통사고로 숨지기 전 마지막 저녁식사를 한 장소로 유명하다.

리츠호텔의 현재 소유주는 도디 알 파예드의 아버지인 모하메드 알 파예드다. 그는 이 호텔이 지난 2011년 프랑스에서 초특급 호텔을 뜻하는 '팔라스(Palace)' 지위를 잃자 지난해 8월부터 영업을 중단하고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시작했다.

르브룅의 작품을 판매한 수익은 도디 알 파예드를 기리는 재단을 건립하는 데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