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삶의 감정을 표출하는 출구죠. 평범한 사람이 100년을 살아야 할 수 있는 체험을 시 한 편을 지으며 경험합니다. 그리고 인류 전체에게는 문명을 전승하는 창구이기도 하죠."(안치·安琪)
"문학의 '효용'을 찾는 일은 늘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평생 그 해답을 찾으며 인간은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절로 겸손해지죠. 그게 문학의 위대함 아닐까요."(김민정)
한·중 양국의 두 젊은 시인이 '바다 위의 정원'으로 불리는 중국 남해안의 항구도시 샤먼(廈門)에서 만났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 후원으로 26일 열린 한·중 작가회의에서다. 7회째인 올해는 중국에서 난판(南帆) 푸젠성 문련(文聯) 주석을 필두로 샤먼시 문인들이, 한국에서는 김주영·황동규·정현종·이시영·오생근·홍정선 등 원로부터 박상우·이재무·이현수·서하진·권지예·나희덕·해이수 등 젊은 문인까지 50여명이 참석했다.
김민정(37)과 안치(44)는 양국에서 가장 도발적이고 산뜻한 시를 짓는 시인 중 하나로 꼽힌다. 안치는 중국 권위의 문예지 '시간(詩刊)'에서 선정한 '신세기 10대 청년 여류시인'. 김민정은 삶의 가혹함을 놀이하듯 장난스럽게 포착하는, '강박 없는 젊은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젊음'을 키워드로 대담을 나눈 두 나라 시인은 경쾌하고 날렵했다. "젊음의 핵심은 자유와 상상력. 그런 의미에서 시인은 항상 청춘."(안치) "우리 두 사람 시의 공통점은 '곧 죽어도'와 '아니면 말고'라는 단어인 것 같아요. 도전, 도전!"(김민정)
안치는 김민정의 시 '시,시,비,비'를 낭송하며 환호했다.
'사랑해라고 고백하기에 그 자리에서 오줌을 싸버렸다 이보다 더 화끈한 대답이 또 어디 있을까 너무 좋아 뒤로 자빠지라는 얘기였는데 그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신다면서 그 흔한 줄행랑에 바쁘셨다'('시,시,비,비' 부분)
중국의 시인은 "김민정의 시에는 자신감과 반항 정신이 있다"면서 "다른 나라 시에서 큰 느낌을 받은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 참가한 한국 문인들의 작품에는 큰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김민정은 안치의 시 '눈의 자초지종'을 읽으며 공감했다.
'이른 아침 창밖에 매복한 눈은/ 도대체 언제 모여들었나/ (중략)/ 하늘에서는 정갈했다가 땅에만 내리면 질척거리는 눈은/ 의식주 걱정이 없던 우리네 시조처럼/ 에덴동산에서 쫓겨나서/ 속세에서 살고 죽으니/ 귀향길은 오래전에 이미 단절된 것이다'('눈의 자초지종' 부분)
한국의 시인은 "안치의 시에는 '나'라는 자의식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면서 "한국의 시인들이 장식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쓰는 '살' 위주라면, 중국의 시인들은 주로 '뼈'에 집중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문학의 '효용'을 묻는 질문에, 프랑스의 작가 사르트르(1905~1980)는 '도대체 인간이 세상에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는 반문으로 대꾸했다고 한다. '바다 위의 정원'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의 도시를 두 발로 걸으며, 사르트르와 두 젊은 시인을 떠올렸다. 자칫하면 자연에 인간은 소음과 공해에 불과한 세상.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하는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한국과 중국의 문인들이 문학과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유쾌하게, 그리고 겸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