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집으로 인해 입신하고, 집은 사람으로 인해 존재하니, 사람과 집이 서로 도우면 천지를 감동시킨다('황제택경')." 풍수가 말하는 집의 존재론적 이유이다. 아베 총리 공관에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풍수적으로 아베 총리 공관은 어떠한가? 도쿄는 서쪽에서 동쪽 바닷가로 일곱 용(七龍)이 뻗어가면서 여의주를 다투는 이른바 칠룡쟁주(七龍爭珠) 형국이다. 북쪽의 야타가와(谷田川)에서 남쪽의 노미가와(呑川) 사이에 강 여러 개가 흐르고 그 사이마다 우에노다이(上野台), 요도바시다이(淀橋台) 등 긴 언덕(台) 일곱 개가 이어진다. 바로 일곱 용이다.

일본의 지질학자들은 이렇게 긴 언덕을 후지산(富士山)에서 흘러온 화산재가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인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풍수학인의 눈에는 후지산에서 흘러온 지기가 뭉친 결과물로 보인다. 일곱 용 가운데 중심에 있으면서 동시에 가장 왕성한 기운을 갖는 용, 즉 주룡(主龍)이 요도바시다이(淀橋台)이며, 이 주룡이 끝나는 지점에 지금 일왕이 머무는 '고쿄(皇居)'가 자리한다. 여의주에 해당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도쿄의 주맥인 요도바시다이는 행정구역상 지요다(千代田)구라고 한다. 이곳에 국회의사당, 정부 주요 부처와 총리 공관 등이 자리하여 주맥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문제는 총리 공관이다. 주맥 위에 자리하고 있다는데 왜 문제가 되는가? 왜 끊임없이 유령출몰설이 나오며, 급기야는 총리가 입주를 꺼린다는 소문까지 도는가? 두 가지 문제이다.

첫째는 일왕이 머무는 고쿄를 기준으로 총리 공관은 귀문(鬼門)방에 자리한다. 귀문방이란 귀신이 드나드는 북동쪽과 남서쪽을 말하는데 일본 음양도(陰陽道: 풍수·천문·역법)에서 매우 꺼린다. 북동쪽을 바깥 귀문, 남서쪽을 안 귀문이라고 하는데 이곳에 건물이 들어서면 죽음과 인연을 맺는다.

귀신이 드나들지 못하게 하기 위한 기제가 진압풍수이다. 도쿠가와(德川) 막부 초기 에도(江戶: 지금의 도쿄)에 터를 닦을 때 북동쪽 귀문방에 간에이지(寬永寺), 남서쪽에 조조지(增上寺)라는 절을 세워 마찬가지로 귀신의 진입을 막았다. 총리 공관 역시 고쿄(皇居)의 남서쪽 귀문방에 자리한다. 귀문방에 터를 잡는다고 모두 흉한가? 그렇지는 않다. 귀문방에 있어도 입지가 평탄하고, 대지 모양이 원만하고, 그 위에 들어서는 건물 모양이 단정하면 문제가 없다.

총리 공관의 입지가 문제가 되는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인가? 총리 공관은 도쿄의 주맥 요도바시다이 남서쪽 가파른 곳에 자리한다. 도쿄 지명에 "사카(坂)"라는 지명이 자주 등장한다. 비탈길, 고갯길이라는 의미이다. 총리 공관은 북동쪽으로 구미사카(茱萸坂)와 서쪽의 산노자카(山王坂)라는 두 비탈 사이에 있다. 대개 이와 같은 곳은 신들의 거처로 적절하다. 근처에 산노히에(山王日枝)라는 신사가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아베 총리가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 공관 입주를 꺼리는 것일까? 아베(安倍) 가계는 역사적으로 그 근원이 7~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명문가다. 그 가운데 아베노세이메이(安倍晴明: 921~1005)라는 불세출의 음양사(陰陽師)가 있었다. '귀신 잡는 데' 그 누구도 그를 능가하지 못했다.

1871년 음양도가 폐지될 때까지 아베 가문은 음양술에 관한 한 독점적 권력을 행사하였다. 그러한 DNA가 흐르는 아베 총리가 하찮은 귀신이 두려워 입주를 지연시킬까? 이미 소개한 그의 선영과 고택의 강한 기운만으로도 능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먼데, 마음이 급한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