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네 번째 부인인 김옥이 모든 보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한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김옥은 물론 김옥의 아버지인 김효 당 재정경리부 부부장도 최근 모든 보직에서 해임된 것으로 안다"며 "정치적으로 숙청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자신의 친정 체제 구축을 위해 '새어머니'를 몰아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북한 소식통은 "북한 내부에서 김정일 시대에 있었던 원로급 인사들을 모두 물러나게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함께 정리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집권 후 김정일 시절 군 실세이던 리영호 전 인민군 총참모장과 우동측 전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을 숙청했다. 김옥의 실각 역시 김정은이 '아버지의 사람들'을 축출하는 과정의 일부라는 것이다.
김옥은 김정일 사망 직후인 2012년 초 두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는 설이 돌았으나 같은 해 7월 김정은의 능라인민유원지 시찰에 동행하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이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와병설이 돌면서 독일 베를린의 한 대학병원과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북한 소식통은 "김옥은 김정일 사후에도 장성택·김경희에게 잘 보여 안전을 어느 정도 보장받은 것으로 안다"며 "보직에서 물러났다면 건강상의 이유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옥의 주요 역할이 김정일의 스케줄 관리였는데 김정은이 들어선 후에도 같은 일을 계속 할 수는 없었을 것이고, 아버지 김효의 해임도 정권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옥은 평양 음악무용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으며 1980년대부터 김정일 위원장의 개인 비서 역할을 하는 '기술서기'로 발탁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의 친모이자 김정일의 세 번째 부인인 고영희가 사망한 뒤 2004년부터 실질적으로 부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과의 사이에 10세 미만의 어린 아들이 있다는 소문도 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