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실내체, 서정환 기자] 고교선후배도 잊었다. 빨간유니폼과 파란유니폼이 있을 뿐이었다.

고려대가 2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정기전 농구경기에서 연세대를 75-62로 꺾었다. 이로써 고려대는 3년 연속 농구정기전을 제패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양교에게 정기전은 단순한 친선전이 아니다. 경기결과에 따라 자주 감독이 교체될 정도의 전쟁이다. 정기전에서 이기면 한 해가 편하지만 패하면 내년까지가 지옥이다.

이날 약 1만 여명의 양교 응원단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애교심이 폭발한 응원단은 파란색 옷과 붉은색 옷을 맞춰 입고 선수들 못지않게 치열한 응원전을 펼쳤다.

2쿼터 연세대 신입생포워드 최준용은 고려대 문성곤을 앞에 두고 대담하게 덩크슛을 시도했다. 비록 불발됐지만 프로농구에서도 보기 힘든 명장면이었다. 공교롭게 최준용은 문성곤의 경복고 1년 후배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둘은 지난 8월 아시아농구선수권 성인국가대표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하지만 승부 앞에 전혀 양보가 없었다.

3쿼터 서로 막고 막히던 문성곤과 최준용, 연세대 4학년 전준범, 1학년 천기범이 얽혀 또 한 차례 신경전을 펼쳤다. 문성곤과 전준범이 입씨름을 했다. 양 팀 감독은 흥분한 선수를 잠시 벤치로 불러들일 수밖에 없었다. 전준범은 문성곤의 경복고 2년 선배다.

선후배의 신경전은 또 있었다. 연세대 3학년센터 주지훈 역시 경복고 후배 신입생 이종현을 막았다. 이종현이 강하게 밀고 들어가면서 골밑슛을 올려놨다. 주지훈은 심판에게 팔꿈치를 쓴 파울이 아니냐며 따졌지만 소용없었다. 코트 안에서 고교선후배라는 서열보다 실력이 중요했다.

이종현과 문성곤은 내외곽에서 폭발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반면 4학년 전준범은 막판 대활약에도 씁쓸한 마지막 정기전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지난 8월 나란히 아시아선수권 동메달을 따낸 고교동창 이종현과 최준용도 이날만큼은 운명이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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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실내체 =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