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71) 삼성전자 회장과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상속소송을 벌이고 있는 형 이맹희(82)씨가 14일 항소심 마지막 재판에서 재판부에 편지를 보냈다.
이씨 측 대리인은 이날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 윤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맹희씨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 소회를 밝히고 싶어했지만 건강이 여의치 않아 편지로 대신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편지에서 "이제 해원상생(解寃相生)의 마음으로 묵은 감정을 모두 털어내어 서로 화합하며 아버지 생전의 우애 깊었던 가족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며 "이것이 삼성가 장자로서의 마지막 의무이고 바람이다. 이 재판에 대한 저의 진정성이 조금이나마 전달되었다면 노욕을 부리고 있는 이 노인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 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동생 이건희 회장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그대로 털어놓기도 했다.
이씨는 "이 재판 도중에 저는 건희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며 "이제 재현이는 감옥에 갈 처지에 있고, 저도 돈 욕심이나 내는 금치산자로 매도당하는 와중에도 이 재판이 끝나면 내 가족은 또 어떻게 될지 막막한 심정이라 저로서는 굴욕적으로 보일 지 몰라도 화해를 통해서만이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버지 생전에 사죄하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과 아버지 유지조차 지키지 못한 못난 장자로서는 죽어서 아버지 뵐 낯이 없다"며 "또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못했다는 후회로 두 눈을 편히 못 감을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건희와 만나 손잡고 마음으로 응어리를 풀자는 것입니다.10분 아니 5분만에 끝날 수도 있는 일"이라며 "저는 아직도 진정한 화해라는 꿈을 꾸고 있다"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이씨의 편지는 허구성이 많다"며 "진정으로 화해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소송을 취하하지 않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고 반박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어머니가 돌아가실 당시 미국에서 폐암수술을 받고 있어 물리적으로 참석할 수 없었다"며 "또 이맹희씨는 '동생을 믿고 자리를 비켜줬다'고 했지만 이미 이씨는 (삼성그룹 승계와 관련) 아버지에게 배제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