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 팬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동상이 쓰레기로 뒤덮였다. 텍사스 구단은 이에 즉각 사과했다.

사건 발단은 한 SNS 서비스에 올라온 팬의 사진 한 장이었다. 사진 속 동상 제단에는 맥주캔이 빼곡하게 쌓여있다. 단순히 지저분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사진이었지만 텍사스 팬들 사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유는 이 동상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7월 7일, 지역 소방관인 섀넌 스톤은 아들 쿠퍼 스톤과 함께 야구장에 왔다. 평소 바쁜 일때문에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섀넌은 어떻게든 아들을 기쁘게 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평소 아들이 가장 좋아하던 조시 해밀턴에게 경기 전부터 '공 하나만 던져달라'고 부탁했고, 해밀턴은 이를 잊지않고 이닝 교대 시 섀넌을 찾아 공을 던져줬다.

사고는 여기서 벌어졌다. 좌익수 쪽 펜스에 기대 몸을 내밀고 있던 섀넌은 공을 잡으려고 몸을 내밀다가 6m 아래로 추락했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아들을 위해 야구장에 왔다가 벌어진 참변이었다.

텍사스 구단은 이 사고를 잊지 않았다. 아들 쿠퍼를 2011년 디비전시리즈 1차전 시구자로 초청했다. 또한 섀넌과 쿠버를 본따 2012년 4월 5일 동상제막식을 열었다. 아들과 아버지가 손을 잡고 야구장에 향하는 모습은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야구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당시 동상제막식에서 놀란 라이언 전 사장은 "가족과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특별한 동상의 이름은 'Rangers fan statue'. 특별한 동상이지만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름으로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것임을 암시한다. 구장 명물로 자리잡은 동상은 글로브 라이프 파크를 찾는 야구팬들에게 소중한 장소가 되었다.

동상이 더러워졌으니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단순히 동상 주변이 지저분해진 것을 넘어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지저분해진 것으로 생각할 수있기 때문이다.

이에 텍사스 구단은 발빠른 대응을 했다. "구장에 캔과 병을 갖고 들어갈 수가 없다. 때문에 출입문 개방을 기다리던 팬들이 각자 갖고 온 맥주를 마시고 아무렇게 버렸다"고 상황을 설명한 텍사스 구단은 "청소 용역업체를 통해 구장 청소를 항상 해왔지만 이 동상을 1순위로 보호하지 못한 것은 구단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cleanupp@osen.co.kr]

위: 글로브 라이프 파크 정문에 위치한 '레인저스 팬' 동상. 아래: 더럽혀진 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