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사라 기자] 1999년 SK 텔레콤 TTL 광고로 화제에 중심에 섰던 그녀가 돌아왔다. 배우 임은경은 8년 만에 국내 방송에 복귀하며 배우인생 제 2막을 시작한다.

임은경은 지난 14일 tvN ‘그 시절 톱10’에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반가운 근황을 공개했다. 90년대 당시 중성적인 매력으로 신비소녀 이미지를 유지했던 그는 이날 방송에서 ‘모태솔로’ 고백을 해 모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품행 제로', '보디가드', '시실리 2km', '여고생 시집가기' 등 2000년대 초반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임은경은 긴 시간 공백기간을 가졌다. 예고도 없이 깜짝 컴백을 한 그는 활동 당시의 빛나는 미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최근 OSEN과 만난 임은경은 동글동글한 큰 눈과 뽀얀 피부로 동안 미모를 과시하면서도, 동시에 지난 시간만큼 내면적으로 성숙해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TTL소녀 임은경을 아시나요?

짧은 머리, 흰 원피스, 동그란 두 눈, 말 없이 카메라를 응시하는 매력적인 소녀. 당시 TTL 광고는 가히 센세이셔널했다. 그리고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한 소녀는 순식간에 스타가 됐다. 임은경은 당시를 떠올리며 ‘보물 같은 순간’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TTL광고는 저에게 있어 아무래도 남다르죠.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기회였어요. 그때 처음 광고가 나가기 시작 했을 때는 별로 신경 안 썼는데, 길에서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해서 ‘아, 내가 유명해졌구나. 바르게 잘 행동해야겠구나’라는 책임감을 갖게 됐어요. 아직까지도 그 이미지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저한테는 정말 보물 같은 순간이에요.”

화면에서의 신비소녀, 그는 처음에는 학교 친구들에게도 자신이 CF 주인공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CF 계약 조건이었어요. 3년 동안 비밀을 유지해야 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어요. 학교도 평범하게 다녀서 팬들이 찾아오거나 그런 일은 전혀 없었어요. 물론 친구들은 결국 알아냈죠. 한 달 정도 지나고 나니까 ‘너 맞는데’라고 자꾸 물어서 결국은 인정해버렸죠. (웃음) 그 후에는 친구들이 저를 많이 챙겨줘서 특별히 불편하거나 힘든 일은 없었어요.”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길거리 캐스팅으로 방송에 발을 들이게 된 임은경은 당시 고민도 많았다고 한다. 방송에 대해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많았던 그가 고심 끝에 기회를 잡고 엘리트기획과 손을 잡아 지금까지 쭉 인연을 맺고 있다. 소속사 대표 김재홍 이사는 지금도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처음에 임은경을 봤을 때 중성적인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당시는 이메일도 활성화 돼있지 않아서 임은경과 함께 여기저기 다 찾아 다녔죠. 마침 SK텔레콤에서 딱 맞는 기회를 찾았어요. 왜소한 외모의 임은경이 어떻게 하면 TTL 이미지와 조합이 될지 저도 많이 생각을 했죠.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영상이 정말 잘 나왔어요. 사실 고생도 정말 많이 하면서 찍었는데, 그렇게 성공하고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임은경이 고맙고 기특하죠"
 
# 공백기간이 그녀에게 준 의미

그렇게 눈 깜짝할 새 스타덤에 오른 임은경이 어느 순간 잠적했다. 지난 시간 동안 임은경은 배우고 싶었던 발레도 배우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마지막 활동은 2005년 중국 드라마. 스타에서 다시 일반인 생활로 돌아온 임은경에게 그 시간이 힘들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슬럼프였다고 할 수도 있겠죠.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고민도 많이 했어요. 더 고생했어야 할 신인 시절을 생략하고 꼭대기에 섰으니까 어딘가 괴리감이 있었던 거죠. 하지만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기간이 있다 보니 더 많이 자신에 대해 느끼고 알아가는 시간이 됐어요.”

10대의 성공과 20대의 방황. 혹시 배우 아닌 다른 길을 생각한 적은 없냐는 질문에 임은경은 고개를 저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저는 다른 많은 분들이 느낄 수 있는 힘든 과정을 겪지 않고 배우가 됐잖아요.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이런 과정이 있어야 저도 성장할 수 있고, 연기자로서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끝까지 한 번 해보자고 다짐하게 됐어요.”

배우로서 한 걸음 내려왔다가 다시 오르막길을 걷는 임은경은 지쳤다기보다는 오히려 충전된 모습이었다. 의욕 넘치는 그의 모습이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하게 했다.

# 임은경, 이제 다시 시작이다

마침 ‘그 시절 톱10’으로 방송 복귀를 한 임은경은 또 한 번 기회에 감사했다. 공백기간만큼 방송계가 많이 바뀌어 어색했다며 수줍게 웃은 임은경은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며 앞으로 연기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연기를 하고 싶어요. 하지만 크게 욕심 내고 싶지는 않아요. 그 동안은 CF를 하면서 너무 크게 성장을 했다 보니 어쩌면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것을 보완하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이도 됐고, 이제 편안하게 한 계단씩 차근차근 올라갈 생각입니다.”

중성적이고 신비로웠던 임은경의 연기 변신도 기대할 수 있을까? 사실 실제로 만난 임은경은 몽환적인 이미지를 벗고 오히려 명랑한 모습이었다. 임은경 자신도 이에 긍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는 원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것을 좋아해요. CF 이미지가 어둡고 중성적인 이미지였지만 그것과 반대되는 밝고 명랑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 시청자 분들에게도 부드럽고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임은경이 이런 연기도 하네?' 같은 모습 보여드리려고요."
 
배우로서 제 2의 인생에 돌입한 임은경은 무엇보다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보여드리지 못했던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릴 거에요. 여태까지 임은경 하면 TTL, ‘성냥팔이소녀’가 연상되지만, 이제는 연기자로서 ‘임은경이라는 배우도 저런 희로애락이 있던 배우였구나’라는 마음 가짐으로 정말 팬 분들께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싶어요. 노력하는 배우, 열심히 하는 배우라는 것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sara326@osen.co.kr]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