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 기자]무심한 여자친구에게 섭섭함을 토로하는 '연애 루저'들의 노래는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확 와닿기는 힘들었다.
20일 정오 발표된 방탄소년단의 '댄져(Danger)'는 잘 풀리지 않는 연애에 짜증난 남자의 심정을 힙합, 퍼포먼스, 비주얼, 공감가사로 훌륭하게 버무려놨다.
힙합을 기반으로 하는 비트에 한번 들으면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는 중독성이 높았고, 뒷목을 잡는 제스쳐를 차용한 일명 '혈압 댄스'는 노래의 메시지와 딱 맞아떨어지며 확실한 포인트가 됐다. 포인트는 살리되, 전체적으로는 남성미 넘치는 군무로 시선을 압도했다.
비주얼은 아이돌이라기보다는 '남친돌'에 가까웠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친룩'을 소화하면서도 다크하고 섹시한 매력을 한껏 살린 비주얼은 기존 팬덤 뿐만 아니라 일반 여성까지 좋아할만한 매력을 만들어냈다.
여기까지는 '잘 빠진' K-POP일 수 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이 한발 더 앞서가는 건, 이 다음부터다. 범상치 않은 랩메이킹 실력을 인정받아온 이들은 '댄져'에서도 또래의 언어로 진짜 '자기 얘기'를 하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공감까지 잡는다.
'맨날 이런 식, 너=너, 나=나 너의 공식, 핸드폰은 장식, 나 남친이 맞긴 하니? I'm sick!'이라는 랩으로 시작해 '꽁하면 넌 물어 "삐쳤니?" 날 삐치게 했던 적이나 있었니', '연락 부재중 unlock 수배 중, 너란 여자 본심을 수색 중, 고작 보내준 게 문자 두 세줄, 이게 내가 바랐던 연애, 꿈?, 파란만장 러브 스토리 다 어디 갔나? 드라마에 나온 주인공들 다 저리 가라'로 나아가면 또래 남성들이 처음 꼬이는 연애에 맞닥뜨렸을 때의 당혹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멤버들이 직접 쓴 이 랩 가사는 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영상이 연상케 하면서 기존 퍼포먼스 위주의 곡들이 놓쳐왔던 공감을 제대로 잡은 셈. 보이그룹이 구사하는 힙합에 대해선 늘 갑론을박이 있어왔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방탄소년단은 꽤 큰 점수를 받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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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