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류현진은 역대 왼손 중 최고였다."
2006년 프로야구 신인선수 지명회의는 지금도 회자된다. 당시 드래프트에서 류현진(다저스), 강정호(넥센), 한기주(KIA), 이재원(SK), 유원상(LG), 차우찬(삼성), 민병헌(두산), 황재균(롯데) 등 현재 한국 프로야구를 주름잡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등장한 해이기도 했지만,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류현진이 한화에 입단한 과정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 SK가 1차지명에서 류현진을 포기했고, 2차지명 1순위였던 롯데도 류현진을 지명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2차지명 2순위 한화가 곧바로 류현진을 찍었고 이후 한국 프로야구 역사가 바뀌었다.
2006년 프로야구 신인선수 지명회의는 2005년 8월 31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었다. 벌써 9년 전 이야기다. 지금은 LG 트윈스 지휘봉을 잡고 있는 양상문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류현진은 정말 대단한 투수였다"고 운을 뗐다.
동산고 류현진은 최고의 재목이었지만 수술경력 때문에 각 구단이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당시 롯데 감독이었던 양 감독은 친분이 있던 동산고 최영환 감독에게 슬쩍 부탁을 했다. 양 감독은 "류현진의 등판일이 아니었는데 부탁을 해서 내가 직접 던지는 걸 봤다. 그런데 이걸 보니 역대 왼손투수 가운데 최고라는 생각이 들더라. 투구 메카닉이 고교생 같지 않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다.
직접 류현진을 보고 난 뒤 양 감독은 당시 스카우트 팀에 류현진 지명을 요청했다. 롯데가 2차 지명 1순위였으니 바로 선수를 고를 수 있었다. 양 감독은 "당시 일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건 결코 아닌데 스카우트와 내 생각이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사실 감독은 신인선수 지명에 관여하는 부분이 많지 않다. 그리고 롯데가 류현진을 지명하지 않은 합당한 이유도 있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대형신인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2007년 임태훈(두산) 이후 순수신인 신인왕 맥도 끊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인지명은 구단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행사다. 25일 열릴 '2015 신인선수 지명회의'에 대해 양 감독은 "몇몇 눈여겨 본 선수들을 뽑아달라고 구단에 요청은 했다. 그렇지만 선수지명이 우리 작전대로 되기는 쉽지 않다"면서 "팀 전력에 따라 균형에 맞춰서 좋은 선수를 선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신인선수 지명은 눈앞의 성적만 볼 것이 아니라 넓게 봐야 한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양 감독은 "고등학생은 봄과 가을 실력이 다르다. 그래도 야구는 잘하는 선수가 잘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성적이 떨어진다고 해서 잠재력이 좋은 선수를 포기해선 안 된다"며 "그리고 고교 1,2학년 선수도 체크해야 한다. 2006년 SK가 류현진을 안 찍은 것도 이듬해 김광현이라는 특급좌완이 나올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