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봉 50주년을 맞은 월트 디즈니의 뮤지컬 영화 '메리 포핀스〈사진〉'의 재조명 작업이 활발하다. 패멀라 린던 트래버스의 동명(同名) 아동문학을 바탕으로 1964년 8월 27일 개봉한 '메리 포핀스'는 마법을 부리는 여성 '메리 포핀스'가 런던 은행가 뱅크스 집안 유모로 들어와 아이들에게 모험을 선사하고 화목한 집안을 만든다는 내용의 가족 판타지 영화다. 이 영화는 줄리 앤드루스를 톱스타 반열에 올려놓았고 주제곡 '침침체리'는 한국에서 '종소리'라는 동요로 번안돼 사랑받았다. 탄생 50돌을 맞아 외신들은 "진보적인 사회 가치를 담아 시대를 앞서간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호에서 "영화의 여주인공 메리 포핀스는 원조 페미니스트"라며 여성주의적 가치를 조명했다. "상냥함과 단호함을 갖춘 균형감 있는 캐릭터로 '여성=다소곳하게 아이나 돌보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는 것이다.
학계에선 여성·학생운동이 절정에 이르렀던 196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이 작품의 가치를 연관 짓는다. 1964년은 미국에서 민권법이 제정돼 인종·성별 등 차별 금지가 법제화된 해다. 타임은 영화 초반부에서 뱅크스 부인이 여성 참정권 요구 가두행진을 벌이는 장면과 뒤이어 권위적인 남편이 남성우월주의를 찬양하는 장면을 각각 '진보'와 '보수'에 비유했다. 미디어학자인 로버트 톰슨 미국 시러큐스대 교수는 폭스뉴스 칼럼에서 "은행이라는 조직사회에 얽매여 있던 가장 뱅크스가 자유롭고 낭만적인 사람으로 탈바꿈한다는 결말은 60년대 히피·저항 문화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그 이후 디즈니 작품에 등장한 여성 캐릭터가 대체로 조신하고 수동적인 '공주'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메리 포핀스가 돋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여성 참정권을 위해 노래한 뱅크스 부인에 비하면 '겨울왕국'의 엘사는 아무것도 아니다"(타임)는 것이다.